24시간 결제·송금…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을 잡아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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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 심의 중인 지니어스법안(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과 한국의 가상자산법 통과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유진투자증권은 '스테이블코인과 몇 가지 매크로 이슈'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확대가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 운용 난도를 높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은행 요구불예금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중앙은행 고민 키우는 스테이블코인

현재 스테이블코인이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 규모는 130억달러로 전체의 0.4~0.5%수준이다. 2028년 스테이블코인의 미국채 보유량이 1조5000억달러로 증가하면 이 비중은 약 4.5% 수준으로 높아진다. 국제결제은행(BIS)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자금 유입은 3개월 단기 미 국채(T-bill) 금리를 하락시키지만 2~5년물 금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10년물 금리는 약간 하락했다. 그러나 이미 단기 미 국채 발행 비중이 권고 기준인 20%를 웃도는 상황에서 구조적인 단기채 비중 확대는 정부 재융자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있고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운용 난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처럼 초단기 국채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자산을 담보로 할지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됐지만, 국채 또는 지방채 매수 등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 구체적인 명시는 없다. 우리 정부는 2년 이상 국고채만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스테이블코인의 담보로 활용할 자산이 부족하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머니마켓펀드(MMF)는 금융시장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담보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고, 통화안정증권의 경우 한은의 유동성 조절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제약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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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 유출 우려…미국보단 한국이 적어

미국 재무부 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은행권의 거래성 예금(transactional deposits·주로 요구불계정) 약 6조6000억달러가 잠재적인 유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은행의 거래성 예금은 대부분 무이자로 운영되는 데다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365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결제·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암호화폐 거래에 이용되는 데 그쳤다. 만약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보편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발전한다면 기업·개인 모두 수익률 추구 행위를 늘리면서 일정 부분 은행 예금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과 대출 금리를 높이고, 은행의 대출 여력과 미국 국채 매입 능력을 약화시킨다. 연준 입장에서는 은행을 통한 신용경로가 위축되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미국인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더 값싼 결제 방식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신용카드 사용 금리가 20%를 넘어가며, 한국처럼 무이자 할부 혜택을 쉽게 주지도 않는다. 따라서 카드 결제의 상당 부분이 신용카드보다는 직불 형태로 이뤄진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비교해 지급결제나 송금이 훨씬 편리하고 신용카드 사용 이점이 크기 때문에 후불형 신용카드 사용이 압도적으로 높다. 소매 단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고 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정훈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예금이 유출될 위험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 스테이블코인의 담보를 일정 부분 예금으로 강제하는 방식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쟁점은 은행의 예금 유출과 그로 인한 통화정책 유효성 저하보다는, 자금세탁 방지나 외환 거래 등의 규제가 지켜질 수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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