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해임 가능성을 일축하자 뉴욕증시가 16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해임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주요 지수가 출렁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함에 따라 시장은 반등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31.49포인트(0.53%) 오른 4만4254.78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9.94포인트(0.32%) 상승한 6263.70을 기록했으며, 나스닥지수는 52.69포인트(0.25%) 오른 2만730.49로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뉴욕증시는 6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자 장 초반 강세 출발했다. 미국의 6월 도매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를 일부 누그러뜨렸고,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노동통계국은 6월 PPI가 지난 5월에 0.3%포인트 상향 조정된 후 전월 대비 변화가 없이 연 2.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이다.
이날 시장을 흔든 것은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이었다. 앞서 CBS 방송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한 의견을 의원들에게 물었고, 의원들이 이에 찬성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조만간 해임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S&P500지수는 오전 장중 0.7%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을 해임할 계획은 없다. (연준 건물 보수를 둘러싼) 사기가 드러나지 않는 한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이 자진 사임하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장 후반부로 갈수록 상승세가 확대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Q)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1.27% 내린 17.16을 가리켰다.
파월 의장 해임설과 관련한 우려로 주요 대형 은행주 대부분이 하락 마감했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1.2% 하락하며 금융주 약세를 이끌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은행들도 하락 마감했다.
파월 의장 해임 임박설 보도 이후 채권시장도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장기물 국채는 매도세가 유입되며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한때 0.1%포인트 상승했지만, 장 마감 무렵 다시 하락 전환했다. 10년물 금리는 0.033%포인트 내린 4.454%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금 가격은 0.7%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Fed의 독립성 훼손이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스라이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카렐리는 "Fed 의장 해임은 시장에 명백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여부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루칩 데일리 트렌드 리포트 설립자인 랠리 텐타렐리도 "파월 의장이 해임된다면 시장은 분명히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며 "정치적 논란이긴 하지만, 파월 의장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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