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쉼 없이" … 배달라이더, 안전 위한 노사정협의체 촉구

경남지역 배달 노동자들이 여름철 불볕더위 속 배달라이더 안전을 위한 노사정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지부 창원지회는 16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라이더 안전기준 마련 등을 위한 노사정협의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창원지회는 "살인적 폭염에도 평소 2000원 운임을 받는 배달라이더들은 폭염 할증을 받기 위해 온열질환 증상을 호소하면서도 일한다"며 "배달라이더 안전에 대한 법적, 제도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지부 창원지회가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라이더 안전을 위한 노사정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세령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지부 창원지회가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라이더 안전을 위한 노사정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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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회에 따르면 이날은 배달플랫폼 '배달의 민족(배민)'이 라이더 콜 수락률과 시간대별 처리 물량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하도급사 등급제'를 시작하는 날이다.


지회는 "하도급사 등급제로 하도급사가 배달라이더를 더 강도 높게 쥐어짜도록 부추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배민이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260건의 배달을 하면 30만원을 추가로 주는 프로모션을 시행한 것에 대해서도 "하루 67건, 1시간당 평균 2.8콜을 받아 잠도 자지 않고 쉼 없이 일해야 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지회는 "배달 노동엔 폭염 시기 조치나 운임 기준, 라이더 보험 가입, 면허, 배달대행사 운영수칙 등 법적, 제도적 기준이 없다"며 "결국 플랫폼 사가 모든 결정권을 행사하면 배달 노동자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지부는 지난 13일부터 15일 배달라이더 96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폭염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83.3%는 폭염 시기에도 '주로 근무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폭염 상황에서 근무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을 느낀 경우가 있나'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9.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중 41.8%는 '온열질환 증상 강도가 높다', 15.1%는 '매우 높다'고 답했다.


해당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응답자는 23.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두통약을 복용하거나 진료를 받지 않았고, 61.6%가 '잠깐 쉬었다가 다시 근무했다', 18.6%는 '쉬지 않고 근무했다', 17.4%가 '즉시 근무를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성헌 창원지회 비대위원장은 "지금도 누군가는 30도가 훌쩍 넘는 도로 위에서 배달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플랫폼 사는 라이더 안전이 아닌 콜 수락률과 배달 성공률을 본다"라며 "배달 노동의 기준을 바로 세우기 위한 첫걸음으로 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회는 '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를 통해 ▲안전운임제 논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범위 확대 ▲유상보험 및 안전교육 등 라이더 자격제 및 대행사 등록제 도입 ▲라이더 개인정보 보호 방안 마련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배달이 없이는 음식도 물류도 지역 경제도 움직일 수 없다"라며 "라이더가 없는 플랫폼도 없고 라이더가 안전해야 플랫폼의 미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은 서울, 경기, 인천, 충북, 대전, 울산, 부산, 창원 등 8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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