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전화가 왔을 때 저는 자고 있었죠.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가 무산됐다고 생각하고 잠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웹사이트에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으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게리 오도너휴 북미 지역 수석 특파원의 후일담이 공개됐다. 오도너휴 특파원은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암살 미수 총격 사건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현장을 취재하다 총성이 울리자마자 차량 뒤로 몸을 숨기고 현장 상황을 생중계해 주목받았다.
그는 암살 시도 1주년(7월13일)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보도가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외신 기자로서는 드물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기다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즉흥적으로 기자들에게 전화해 현안에 대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앞에서 정식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나 기자회견보다 전화 통화를 통한 격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언론과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마침내 오도너휴는 지난 13일 백악관으로부터 대통령과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녹음 준비를 하고 대기했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다음날까지 기다리던 오도너휴는 전화가 오지 않을 것이라 체념하고, 피로가 몰려와 잠시 눈을 붙였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오도너휴에게 "안녕하세요. 지금 대통령과 함께 있습니다. 바꿔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잠결에 전화를 받은 오도너휴는 급히 거실로 달려가 디지털 녹음기를 찾았고, 잠시 끊긴 것처럼 보였던 전화는 곧 다시 연결돼 트럼프 대통령과 20여분간 통화가 성사됐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전 총격 사건에 대한 소회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실망, 영국 정부에 대한 입장까지 자신의 생각을 기탄없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해 "그 사건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의 상처로 삶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오도너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을 다소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또 '푸틴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말하면, 나는 거의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그에게 실망했지만,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달라진 생각도 밝혔다. 한때 나토가 미국의 군사력에 무임 승차한다는 비판론을 폈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나토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올리기로 합의한 것을 언급하며 "지금은 그들이 자기 몫의 비용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에 대한 지지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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