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에서 30년 가까이 복역한 사형수에게 15일(현지시간) 집행 유예가 중단되고 약물 주입 방식으로 형이 집행됐다. 이로써 올해 미국 내 사형 집행 건수는 26건으로 늘어나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섰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당국은 54세의 마이클 벨이 주립 교도소에서 사형 판결을 집행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1993년 플로리다 잭슨빌의 한 술집 앞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 두 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1995년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었다.
사형 집행을 앞두고 변호인 측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유예를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벨은 형 집행 당일 아침 마지막 식사를 마친 뒤 종교 상담을 받았고 면회인은 없었다. 당국은 오후 6시 25분 그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올해에만 8번째 사형이 집행됐으며, 이달 말 추가 집행도 예정돼 있다. 잇따른 사형 집행에 종교 단체와 인권 단체들은 주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종교인 100여명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사형 집행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코넬대학교 로스쿨 산하의 '코넬 사형 프로젝트' 소장 존 블룸은 대통령의 태도가 주지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사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점을 언급하며, 현 상황이 그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대표적인 사형 찬성론자로 꼽힌다. 1기 집권 당시인 2020년에는 연방 차원에서 중단됐던 사형 집행을 17년 만에 재개했고, 임기 말까지 13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반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일부 사형수의 형을 감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겨울, 당선인 신분으로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성탄절을 맞아 사형수 37명의 형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한 바이든을 향해, 트럼프는 "살인, 강간, 약탈 등 누구보다도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믿기 어렵게도 '졸린 조 바이든'에게 사면받았다"고 했다. 졸린 조 바이든은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 중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을 부각하며 붙인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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