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장교가 이탈리아에서 약탈한 고대 로마 시대 모자이크 작품이 약 8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한 쌍의 연인을 묘사한 에로틱한 분위기의 모자이크다.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안사(ANSA) 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유물을 소유했던 독일인 가족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8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모자이크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에 주둔하던 나치 독일군 대위가 훔쳐 다른 자국인에게 선물하면서 독일로 건너가게 됐다. 이번 반환은 유물을 소유했던 독일인 가족이 이탈리아 문화유산 보호 전담 경찰인 로마 카라비니에리 문화유산 보호 부대(TPC)에 직접 연락해 반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TPC는 유물의 진위와 정확한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베수비오 화산 인근 폼페이에서 유래했음을 확인했다.
모든 준비 절차가 끝나고 유물은 2023년 9월16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재 이탈리아 영사관을 통해 반환됐다. 이후 세심한 보존·복원 작업을 거친 뒤 이날 폼페이 고고학 공원에서 공식적인 반환식이 열렸다. 가브리엘 추흐트리겔 소장은 "오늘의 반환은 벌어진 상처를 치유하는 것과 같다"며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지기 전 폼페이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물 반환 소식과 그 과정이 공개되자 현지에서는 이른바 '폼페이의 저주'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폼페이의 저주란 폼페이 유적지에서 작은 돌멩이라도 훔치면 불행이 닥친다는 미신이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이로 인해 실제로 많은 유물이 이탈리아로 돌아오고 있다. 이에 폼페이 유적지에는 방문객들이 돌려보낸 유물과 함께 그들의 '사죄의 편지'를 전시하는 특별한 공간까지 마련돼 있을 정도다. 추흐트리겔 소장도 "유물을 자발적으로 돌려주는 이들로부터 '도난당한 유물에 대한 소유욕이 무거운 짐이 된다'는 인식 변화를 자주 느낀다"며 "폼페이의 저주가 두려워 유물을 돌려주는 사람도 꽤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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