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16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 기술주에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 3~10일 펀드매니저 175명을 상대로 실시한 월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4~7월 기술주에 대한 자산 배분이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37.47포인트(0.18%) 오른 2만677.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최저점 대비 약 35% 뛴 수치다.
베누 크리슈나 바클레이즈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월 매도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술주가 최근 다시 반등한 것은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최근 몇 년간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이 앞으로도 빠른 이익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에 베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알파벳,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 같은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요 빅테크는 앞서 올해 1분기에도 긍정적인 실적을 달성했고 주가가 반등했다. 크리슈나 책임자는 "(빅테크의)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 놀라움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특히 전날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완화한 것이 투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시카 헨리 페더레이티드 허미스 투자이사는 이를 언급하며 "엔비디아뿐 아니라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분야 전반에 걸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규제를 완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BoA 설문 조사 결과 기술주 비중을 늘렸다고 답한 펀드매니저가 순(net) 14%로, 지난달 순 1%가 비중을 축소했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마리야 베이트마네 스테이트스트리트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기술 분야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분야"라며 "높은 마진과 강력한 현금 흐름 창출을 바탕으로 꾸준히 높은 수익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주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투자 열기는 여전히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BoA는 설명했다. 엘리아스 갈루 BoA 투자 전략가는 "기술주에 대한 최대 우려는 밸류에이션"이라며 "펀드매니저들은 자신들이 지난 100년간 가장 비싼 시장 중 하나를 매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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