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갈라놓은 가자지구 '인도주의 도시'…"실행 불가능 계획"

이스라엘 정부·군, 건설비용 놓고 갈등
200만 거주지인데…"3~5개월 내 건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로 들어온 피란민들이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이 배급한 식량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로 들어온 피란민들이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이 배급한 식량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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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와 군부가 가자지구 남부 소도시인 라파에 주민 220만명을 수용할 일명 '인도주의 도시(Humanitarian city)'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의견충돌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3~5개월 내에 우리 돈 수천억원 수준의 예산만으로 건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군에서는 식량 및 수도공급 등 필수 인프라 구축에만 최소 4조~6조원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존 라파 도심지역도 면적 자체가 좁은데다 인구 수 17만명의 소도시였기 때문에 갑자기 200만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VS 군부 갈등…"국방부 비용책정 과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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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인도주의 도시 건설 계획이 정치권과 국방부의 의견차이로 구체적 계획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국방부에서는 이주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상하수도 시설과 위생, 의료서비스 등 기초 인프라 구축에만 30억~45억달러(약 4조1000억~6조20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과다한 책정이라며 훨씬 저렴한 계획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정부에서는 라파에 8개 정도 임시 정착촌을 만들어 주민들을 수용하고 3~5개월 정도 기간이면 인도주의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 중이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국방부에서 책정한 예산안은 부풀려진 것이며 이는 인도주의 도시 건설계획을 좌초시키려는 시도"라며 "가자지구 주민들을 수용할 구역을 만드는 것은 수억달러 정도 예산만 들어갈 간단한 물류작업이며 재무부에서 기꺼이 금액 전부를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7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장관은 인도주의 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카츠 장관은 "라파로 일단 가자지구 해안가 마와시의 주민 60만명을 이주시키고 이후 220만명 가량의 가자지구 전체 민간인을 이 구역으로 모을 것"이라며 "인도주의 도시로 들어온 주민들의 이동은 허용되지 않지만 가자지구를 떠나 다른나라로 자발적 이주토록 장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에서는 해당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정부 안보회의에서 "라파 폐허 위에 가자지구의 모든 민간인들을 수용하는건 실행 불가능한 계획"이라며 "이 계획은 실제 전쟁 목표와 부합하는지 확신할 수 없으며 하마스와의 인질협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인구 17만 소도시 라파, 면적도 울릉도보다 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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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가 인도주의 도시를 세우려는 라파 지역 자체의 면적이 좁고 기존 인구도 적어 파괴된 인프라를 복구해도 200만명 이상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통계에 따르면 라파의 도시 면적은 64㎢로 울릉도(72.56㎢)보다 약간 작은 크기다. 가자지구의 도심들은 가자지구 전체 면적(364.3㎢) 자체가 서울의 약 60% 정도 면적에 불과해 도심 면적이 좁은 편이다. 라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이 발발하기 이전까지 인구가 약 17만명인 소도시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이 2023년 10월 발발한 이후 라파 인근 남부지역으로 몰려든 피란민은 약 190만명에 이른다. 라파 도심 및 주거지도 92% 이상 파괴된 상황에서 인구과밀현상까지 심화돼 피란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지난해 라파 지역의 화장실 개수는 850명 당 1개 수준으로 국제위생기준인 20명에 1개 대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자지구 주요 도시 위치

가자지구 주요 도시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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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야당에서도 인도주의 도시 계획이 오히려 막대한 규모의 민간인 사상자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제1야당인 예시아티드당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14일 열린 당대회 개막식에서 "인도주의 도시 계획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라며 "누가 먹을 것을 줄 것이며 물과 전기는 누가 책임지고 전염병이나 질병이 돌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주민들과 아이들이 도시를 떠나고 싶어하면 군인들이 어떻게 막을 것인지, 경비병력은 도대체 몇 명이나 둘지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전쟁 초기 네타냐후 내각에 제안했던 계획은 국제사회가 관리하는 '인도주의 삼각지대'를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정부는 이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비용만 많이 드는 선택지를 택했다"며 "이스라엘군의 권고에 반하는 행동을 하며 상식을 짓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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