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뮤직을 제외한 신규 요금제를 국내에 내놓기로 하면서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유튜브 뮤직이 유튜브 프리미엄 효과에 힘입어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만큼 이용자들이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신규 요금제의 혜택이 제한적인 만큼 다른 음원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고객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6일 IT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을 발표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이 자진시정안을 내면 심사를 거쳐 고발 등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로, 일종의 '합의'와 같은 제도다. 잠정안에 따르면 구글은 광고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에서 유튜브 뮤직 앱을 뺀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올해 안에 출시한다.
주요 쟁점이었던 라이트 요금제의 월 구독료는 8500원(안드로이드·웹 기준)으로 정해졌다. 다만 애플의 iOS 유튜브 앱에서 요금제를 가입하면 인앱결제 수수료가 붙어 1만900원이 부과된다. 이는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1만4900원) 대비 57.1% 수준의 구독료인데, 앞서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한 미국이나 영국 등 6개국의 비율보다 낮아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존 프리미엄 요금제에서 라이트 요금제로 갈아타면 2개월 무료체험 혜택도 제공한다.
유튜브 뮤직은 토종 플랫폼들을 제치고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해왔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음악 스트리밍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유튜브 뮤직 982만명 ▲멜론 654만명 ▲스포티파이 359만명 ▲지니뮤직 263만명 ▲플로 175만명 순서로 집계됐다. 와이즈앱의 서비스 분석에 따르면 유튜브 뮤직은 2022년 말부터 줄곧 이용자 수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잠정안대로 라이트 요금제가 출시되고 2개월 무료와 같은 혜택이 제공되면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 중 일부가 다른 음원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라이트 간 가격 차이는 6400원인데, 통신사 할인이나 결합상품을 이용하면 이보다 저렴하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음원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라이트 요금제의 가격이 예상보다 저렴한 수준에 형성돼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 중 유튜브 뮤직을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은 라이트 요금제로 바꾸거나 다른 음원 플랫폼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가 제공하는 기능을 뜯어보면 가입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요금제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혜택 중 일부 영상의 광고 제거만을 지원한다. 음원 스트리밍 앱인 유튜브 뮤직은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이더라도 음악 영상은 광고가 제거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나 음원 영상에는 기존처럼 광고가 붙는 것이다. 유튜브 앱을 닫아도 영상이 계속 재생되는 '백그라운드 재생'이나 영상을 기기에 저장해 감상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저장'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다.
요금제 가격을 타 음원 플랫폼과 함께 놓고 보더라도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들이 타 음원 플랫폼으로 갈아탈 매력도는 떨어진다. 현재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의 요금제 중 유튜브 뮤직과 비슷한 기능(모바일·PC 플랫폼 지원, 오프라인 저장)을 제공하는 요금제는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1만1990원)과 같은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모바일 스트리밍만을 지원하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7000원대 중반의 요금을 받는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3000원을 더 내고 유튜브 프리미엄(1만4900원)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를 쓰던 고객이 라이트 요금제(8500원)로 바꾼 뒤 모바일 스트리밍만을 지원하는 국내 음원 플랫폼의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갈아타더라도 기존보다 10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 탓에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의 선택 유인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는 앞서 다른 나라에도 출시된 요금제라 같은 구성으로 나온 건 이해되지만, 책정된 가격을 보면 소비자들이 혜택을 체감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가격을 좀 더 낮췄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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