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과 원자력 발전은 대척점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레임이 씌워져 버려 답답할 따름이죠"
전기료 인상 문제로 고심하는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기자를 만날 때마다 '태양광 대 원전'이라는 뿌리 깊은 이분법적 구도에 대해 한탄한다. 그는 "의도치 않게 프레임 사이에서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간 정치권·언론은 태양광과 원전을 '선과 악'처럼 구분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업계에선 두 에너지원을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여겨왔다. 태양광 셀 생산엔 원전에서 나온 전기가 쓰이고, 원전 전문가들 역시 점진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전력망을 공유하며 계통 안정성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 만큼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이제까지 보도한 태양광 관련 기사엔 "로비 받았냐", "정치적 의도냐"는 식의 댓글이 유독 많이 달렸다. 에너지를 산업이 아닌 이념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는 '탈 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굉장히 중요한 숙제"라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적정하게 믹스하면서 가는 게 대한민국의 장차 에너지 정책이 돼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인정하고, 원전을 보완재로 받아들인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실제 국내 태양광 산업은 원전 기반의 저렴한 전기에 기대고 있다. 태양광 셀 제조 공정엔 전기분해가 필수다. 특히 폴리실리콘 제조 과정에선 전체 생산비용의 40~60%가 전기료다. 국내 산업용 전기료가 계속 오르자, OCI와 한화솔루션은 일부 공정을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이전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기료가 오를 수 있는 요인이 생긴 건 사실"이라며 "전기료가 급격하게 오르지 않았다면 국내에 태양광 생산 밸류체인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는 정치가 아니라 산업이다. 프레임이 먼저 작동하면 정작 필요한 정책 논의는 뒤로 밀린다. 한국은 이미 '탈원전 대 원전'이라는 정치 구도로 산업적 혼선을 겪은 바 있다. 탄소중립과 전력 계통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이분법은 오히려 국가 전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김 후보자가 언급한 '적절한 믹스'는 원론처럼 들릴 수 있지만, 탈 탄소 기조에서 전력 불안과 산업 이탈을 막기 위한 실용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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