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홍 GS건설 대표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듈러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GS건설은 최근 주택을 공장에서 지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 전략의 중추였던 해외 모듈러 자회사에 대한 청산을 결정했다. 적자 규모가 인수 가격을 훌쩍 뛰어넘은 것도 모자라 매각도 여의치 않자,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GS건설은 앞으로도 모듈러 사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인데, 이번 청산으로 미래 먹거리 전략에 상처가 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영국에 본사를 둔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엘리먼츠·Elements Europe)에 대한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엘리먼츠는 GS건설의 핵심 신사업인 모듈러 사업의 중추였던 업체다. 모듈러 건축은 기본 골조, 전기 배선 등 건축 공정의 대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레고 블록을 맞추듯 조립만 하는 건축 공법이다. 엘리먼츠는 영국에서 철골을 토대로 조립 주택을 공급했다. 호텔, 아파트, 기숙사 등 중고층 건물이 주된 제품이다.
엘리먼츠를 인수할 당시 허 대표는 신사업부문 사장을 담당했는데, 본인이 직접 영국으로 건너가 인수계약 서명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GS건설은 2020년 1월 342억원을 투입해 엘리먼츠 지분 75%를 인수했다. 엘리먼츠와 폴란드 법인 자회사 단우드(Danwood S.A.)를 활용해 모듈러 주택에 대한 수요가 큰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 했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신사업 본부에 속해 있던 조직을 프리패브(Prefab·조립식 주택)실로 분리·개편하는 등 모듈러 사업에 힘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엘리먼츠의 실적은 인수 후 수직낙하했다. 인수 다음 달부터 역경이 시작됐다. 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면서 해외 노동자를 수급받을 길이 막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자재나 인건비 상승도 재정 부담을 가중했다. 인수 첫해에는 4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기도 했으나 2022년, 2023년 당기순손실 20억원과 2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446억원까지 순손실이 폭증했다. 올해의 경우 1분기에만 4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연이어 적자 규모가 커지다 보니 매각도 힘든 상황이 됐다. GS건설은 약 1000억원의 비용을 기꺼이 치러서라도 엘리먼츠를 청산키로 결정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사업 부문은 500억원 내외의 베트남에서 창출된 매출에도 불구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한 엘리먼츠 관련 비용이 영업비용으로 포함돼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번 청산에도 GS건설은 모듈러 사업을 확장해간다는 방침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엘리먼츠를 운영하며 얻은 기술력,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를 비롯한 해외 모듈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건설업은 인구 감소, 기후변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 중 하나인데 프리패브 건축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건설 솔루션으로 앞으로도 해당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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