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간 의결권 행사 약정을 위반하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의결권 구속 약정이 약정 당사자 사이에서 채권적으로 유효하다는 법리를 선언했다. 동시에 약정 위반으로 성립된 주주총회 결의가 회사의 단체법적 질서를 직접 변동시키지는 않지만, 약정 위반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구제 방안을 제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B 유한회사를 상대로 낸 '회사에 관한 소송'에서 "의결권 구속 약정을 위반한 경우 약정 상대방을 상대로 계약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대법원은 "주주 사이에 체결된 의결권 구속 약정은 계약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면서 "다만 약정의 효력은 회사의 단체법적 질서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설시했다.
원고 A씨와 피고 B 유한회사는 2016년 10월 C 주식회사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발행주식은 원고 45%, 피고 55%로 나눠 갖기로 했다. 핵심은 이사 구성에 관한 약정이었다. 양측은 이사 수를 4명으로 하되 원고와 피고가 각각 2명씩 지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8년 8월 피고가 법원 허가를 받아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3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피고 측 이사가 총 5명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약정과 달라졌다.
원고 A씨는 이를 약정 위반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가 지명한 이사 5명 중 3명을 해임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요구했다. 이행하지 않으면 하루 1000만원씩 배상금을 물리는 간접강제(법원이 의무 이행을 유도하는 제재 방법)도 함께 냈다.
1심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피고에게 부대체적 작위의무(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의무)로서 주주총회에서 피고 측이 추천해 선임된 이사 5명 중 3명을 해임하는 안건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명했다. 간접강제와 관련해서는 원고가 요구한 일일 10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감액해 인정했다. 피고 측은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가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추가선임에 동의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2심 판단을 수긍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주주간 의결권 약속(의결권 구속 약정)의 법적 효력을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주주들 사이에 맺은 의결권 행사 약속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이런 약속의 효력은 회사 내부 조직 질서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약속을 어긴 상대방에게는 계약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간접강제에 대해서도 "하루 100만원의 배상금을 명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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