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바른(대표변호사 이동훈·이영희·김도형)이 개최한 개정 상법 관련 세미나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새정부의 개정 상법 -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중심으로'를 주제로 바른 벤처기업지원센터(센터장 이응세 변호사)가 개최한 세미나에는 기업 법무팀 관계자와 변호사, 회계사 등 수많은 참석자가 몰려 개정 상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상법 개정안의 핵심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상법 개정 이후 경영진 및 변호사의 대응과 준비 관련 시사점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됐다.
이동훈 바른 대표변호사는 개회사에서 메인 강연자로 나선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2008년부터 이사의 충실의무에서 주주를 배제하는 기존의 실무가 한국 회사법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최초로 지적하셨고, 그 이후 이번 상법 개정 시점까지 지난 17년간 이러한 문제에 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셨으며, 이를 바탕으로 30여편의 논문도 발표하시는 등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아무쪼록 오늘 세미나에서 다뤄질 개정 상법이 확대 규정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과 실무상 시사점을 통해 개별 기업들이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강연에 앞서 이민훈 바른 변호사는 이번 개정 상법의 주요 내용들을 요약·정리해 발표했다. 또 이번 개정안에서 빠졌지만 곧 추가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이 예상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조항, 그리고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전자주주총회 도입의 배경으로 "주주 접근성 개선 요구, 상장회사가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목적,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일정한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의 병행 개최를 의무화해 상장회사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기업지배구조의 책임성 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상장회사 감사위원 선임·해임시 '3%룰' 강화와 관련해 최대주주의 발행주식총수 3% 초과 소유 여부를 항상 특수관계인 등과 합산해 판단하게 돼 지배주주의 의결권 제한과 소수주주의 권한 강화, 의결정족수 미달 가능성 증가 등의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독립이사 명칭 변경과 관련해 "기존 사외이사 개념에서 독립성과 책임을 더욱 강화한 것이며, 3분의 1 요건 미충족 시 과태료 부과 및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등 추가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어 상장회사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교수는 이번 개정 상법이 자본비용 중시 경영을 촉구하는 의미이자, 회사 일변도로 의사결정하던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 회사(총수일가)와 동등한 수준에서 일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한 헌법 1조를 언급하며 "그동안 회사라는 공공선이 강조돼 왔고 '주주의 이익은 사실상 이익에 불과하지 법률상 이익이 아니다'라고 법원이 선언하기까지 했다"며 "회사가 투자해서 주주는 손해를 봐도 된다는 이 말도 안 되는 걸 바꾸자는 게 이번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선언의 함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류 회사법 학자들이나 상법 개정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이번 개정은 당연한 걸 굳이 바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칠 수 있다"며 "이번 상법 개정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변화와 비교할 만한 프레임의 변경이고, 회사법 혁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걸 이해하면 가이드라인이 없어도 어려울 게 없다. 구체적인 사례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되게 상식적인 법이다. 앞으로 개과천선하겠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착하게 살겠다 마음먹는다면, 바뀐 패러다임에 맞춰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겠다고만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상법 개정의 함의와 파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최석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이 교수는 "개정 상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에 주주를 추가한 것은 여태까지 주주가 대접받지 못했으니 이제부터라도 권리보호를 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주주충실의 요체는 실체적 공정(fair price)과 절차적 공정(fair process)이 결합된 완전한 공정(entire fairness)을 의미한다"며 "최대한 파이(pie)를 키우되 그것을 공정하게 나누고 딴 주머니를 차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체적 공정은 기업가치를 제고하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의 괴리를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절차적 공정은 일반주주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뿐만 아니라 이사의 비밀유지의무 조항을 비롯한 여러 다른 상법 조항에도 회사 외에 '주주'가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이드라인이 될 정부 지침을 법무부가 만드는 것보다는 일본 경제산업성처럼 주식이나 경제를 보다 잘 아는 금융감독원 같은 기관에서 맡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총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은 회사뿐만 아니라 전체주주의 이익도 공평하게 챙기라는 함의를 담고 있다"며 "전체주주의 의미는 총수의 이해 상충 상황에서는 결국 일반주주를 보호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충실 의무 범위 확대가 몰고 올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인 만큼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에서 전체주주와의 이해 상충이 없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이 끝난 뒤에는 이 교수에게 여러 참석자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동훈 대표변호사는 "개정 상법의 구체적인 해석과 실무상 시사점에 대한 전문가의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돼 뜻깊다"며 "바른은 변화하는 법제 환경에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정 상법 관련 세미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바른 한승엽 변호사, 임훈택 변호사, 장인환 고문, 이상훈 교수, 이영희 대표변호사, 이민훈 변호사, 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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