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공정위, 美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 승인

두 차례 미·중 무역협상 계기
중국 당국 심사기조 바뀐 듯
시놉시스, 앤시스 인수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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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공정거래위원회인 반독점 규제당국이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승인했다. 악화일로였던 미·중 관계가 총 2차례에 걸친 무역 협상을 계기로 달라지면서 중국 당국의 심사 기조도 180도 바뀐 것으로 관측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14일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대기업 시놉시스가 앤시스를 350억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관리총국은 내수 시장과 소비자 보호, 반독점 규제 등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우리나라의 공정위에 해당한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시놉시스는 엔비디아,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칩을 설계하고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도구와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는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관리총국은 시놉시스와 앤시스 모두 기존 계약을 해지하거나 중국 고객의 계약 갱신 요청을 거절하면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EDA 기술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대목이라고 SCMP는 짚었다.


당초 시놉시스는 지난해 1월 앤시스 인수 계획을 공표하고 올 상반기까지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지만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차질을 빚었다. 올해 5월 미국이 시놉시스·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스·독일 지멘스EDA 등 세계 3대 반도체 EDA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수출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이 곧장 거래 승인을 막았다고 FT는 보도한 바 있다. 한술 더 떠 중국은 희토류 규제로 맞불을 놨다.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 관련 엄포를 놓으면서 기업들의 우려도 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리서치 노트에 따르면, 시놉시스·케이던스·지멘스 등 3사가 2024년 중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점유율은 82%에 달했다.


암울했던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달 9~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중 2차 고위급 무역 협상이 마무리되면서부터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5월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진 1차 무역 합의에서 만들어진 프레임워크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약 3주 만인 이달 초 미국 상무부는 시놉시스·케이던스·지멘스 등 3사에 사실상의 '제재 해제 조치'를 통보했다.


외신들도 급격히 달라진 중국 정부의 기조를 두고 6월 양국 합의 이후 긴장이 완화됐음을 나타낸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FT는 "미·중 무역 협상 영향력이 정책 결정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새 무역 합의가 본격적으로 발효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SCMP 역시 "이번 조치는 합의의 초기 이행 신호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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