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 이내로 제한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력한 규제에도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거나 규제지역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강화 같은 추가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정부는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6조5000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담대가 주도했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 폭은 6조2000억원으로 작년 9월 이후 9개월 만에 최대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한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과도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고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은 GDP 대비 90%에 가깝게 올라 더 커지면 여러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지금 수준도 이미 소비와 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임계수준"이라고 지난 10일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이 바람직하다"며 "서울·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번져나가면 사회적·정치적 문제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절망감 등 많은 문제가 있어 가격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추세가 7월과 8월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지난달 27일 수도권 주담대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발표되고 이번 달부터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됐음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에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은행권 주담대 신청액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이뤄진 주택거래량과 대출 승인액 등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 증가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추가 규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추가 규제로는 전세대출 DSR이 꼽힌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각종 대출의 상환 원금과 이자 등의 비율이 40%(은행 기준)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대출 규제다. 이달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로 인해 2단계보다 대출 한도는 더 줄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전세자금이나 정책모기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DSR 적용에서 제외돼왔다. 전세자금이 규제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과도한 공급으로 이어졌고, 이는 전셋값 상승, 갭투자 증가, 집값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위는 지난달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집값 불안이 지속되면 DSR 적용 대상을 전세대출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계부채 불안이 지속되면 전세대출 원금을 제외한 이자 상환분부터 DSR 규제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기존에 대출을 많이 보유한 차주는 전세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를 막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의 40%가량이 전세를 낀 갭투자로 알려졌다. 갭투자는 정부 부동산 규제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정부는 버팀목이나 디딤돌과 같은 정책자금에도 DSR을 적용하는 방안과 규제 지역에 LTV를 더 강화하는 방안 등도 고려 중이다. 현재 무주택자 LTV는 규제지역에 최대 50%, 비규제지역에 70%까지 적용되는데, LTV 비율을 더 조여 대출 한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상향해 은행의 대출 여력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추가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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