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정책' 딸만 있으면 현금 지원…심각한 남아 선호에 칼 빼든 나라

베트남 정부, 저출산·성비 불균형 문제 해결책 제시

오랜 남아 선호 풍조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많이 태어나는 '성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베트남이 '딸만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현금 또는 물질적 인센티브 지급 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과 성비 불균형을 동시에 타파하려는 이례적 정책으로, 단순한 출산율 제고를 넘어 남아 선호 문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으로 본문과 무관함.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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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각)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다오 홍 란 베트남 보건부 장관은 지난 11일 하노이에서 열린 세계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지역과 국가 차원의 인구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보건부가 제시한 주요 대책에는 ▲자녀 양육 장려금과 출산 전후 건강검진 비용 지원 ▲유자녀 가정 대상의 주거비 보조 외에도 '딸만 있는 가정'에 특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아들을 선호하는 오랜 문화가 남아 있는 베트남 사회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지 언론은 "딸만 있는 가정에 자녀 양육비를 직접 지원하고 불법 성 감별 시술에 대해 최고 1억동(약 38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며 보건부의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전했다. 기존 벌금 상한은 3천만동 수준이었으나 이를 대폭 상향하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베트남의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당 1.91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준인 2.1명을 처음으로 밑돌았다. 동시에 출생 성비는 100명당 남아가 111.4명으로 자연적인 성비(105:100)를 크게 웃돌아 여아 기피 현상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수년간 성비 균형을 위한 정책을 펼쳐왔지만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아들 선호 문화는 여전히 강고한 상태다.

보건부는 특히 중부 고원지대와 북부 산악지방에서 10대 임신, 조혼, 근친혼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며 이러한 유형의 출산이 전체의 21.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 부족과 지역 보건 인프라 취약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고령화도 우려 요소다. 평균 기대수명은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하게 생존하는 평균 연령은 65세에 불과하며 상당수 노인이 만성질환을 안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의 국가 보건·인구 종합계획 수립을 예고했다. 해당 계획에는 ▲혼인 전 건강검진 의무화 ▲선천성 질환 치료 지원 ▲노인 돌봄 체계 강화 ▲노인 의료 전공 학생에 대한 학비 감면과 장학금 제공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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