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와 핵협상 반대 안해…우라늄 농축중단은 불가"

이란, 우라늄 농축 권리 존중 강조
미와 회담 일정 미확정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국제문제 선임고문인 알리 악바르 벨라야티가 14일(현지시간) 미국과 핵 협상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협상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존중하는 조건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핵 협상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핵심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 권리의 인정'을 내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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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 뉴스통신 IRNA에 따르면 벨라야티 선임고문은 이날 테헤란에서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과 회담 중 "전제 조건 없이 진행되고 이란의 레드라인을 존중하는 (미국과) 협상에 대해 우리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우리의 레드라인 중 하나"라며 만약 협상이 농축 중단을 조건으로 한다면 그런 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의 문은 열어두되, 핵 프로그램의 핵심은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미국 등 서방이 요구하는 '이란 핵 위협의 완전한 제거'와는 거리가 있는 입장으로 미국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벨라야티 선임고문의 이 발언은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미국과의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밝힌 뒤 나왔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날 정례 회견에서 미국의 스티븐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이란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의 회담 계획에 대해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 장소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트코프 특사와 아락치 장관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오만의 중재로 5차례 간접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12일 전쟁이 발발하면서 협상은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달 24일 휴전이 발효된 이후, 위트코프 특사와 아락치 장관은 핵협상 재개를 위한 비공식 접촉을 물밑에서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이란의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농도를 제한했지만, 농축 활동 자체를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2기 행정부가 들어선 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달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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