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보다 얇은 첨단기술…삼성전기, MLCC '올인'

AI 서버·전장 시장 겨냥한 MLCC 주력
'전자산업의 쌀' 모든 전자기기 핵심부품
고부가 라인업…AI·전장 매출 2兆 조준

삼성전기가 급변하는 전자사업 환경에 발맞춰 인공지능(AI) 서버 및 전장용 시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 핵심은 '전자산업의 쌀'로 여겨지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이다. 고성능 컴퓨팅이 요구될수록 '머리카락보다 얇은' MLCC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는데,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시장에서 AI 서버 및 전장용 시장으로 그 수요가 옮겨지고 있다.


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가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제품학습회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

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가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제품학습회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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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는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삼성전기 제품학습회(SEMinar)를 통해 이 같은 사업 전략을 밝혔다. 이 상무는 "MLCC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탑재되기 때문에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부른다"며 "제품의 컴퓨팅 파워가 증가할수록, 새로운 기능·사양 등이 탑재될수록 MLCC 사용량이 늘어난다고 이해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커패시터(Capacitor)는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고 전류가 변화할 때 전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중에서도 MLCC는 유전체와 전극을 교대로 쌓아 전기에너지를 축적하는데, 박층화·다층화를 통해 초소형·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MLCC를 가장 많이 쓰는 핵심적인 이유는 부피 대비 (전기) 용량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크기는 머리카락(0.3㎜)보다 얇은 0.1㎜ 안팎이지만, 500~10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 있다. MLCC로 300㎖ 용량 와인잔을 가득 채우면 수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고부가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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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MLCC의 경쟁력은 가장 작은 크기를 구현하면서도, 가장 큰 (전기) 용량을 확보하는 데 있다. 세라믹과 금속(니켈)을 얇게 인쇄한 뒤 번갈아 쌓아 올리고, 도자기처럼 열처리를 거쳐 완성한다. 세라믹 원재료에 어떤 첨가제를 얼마나 넣는지가 제품의 성능을 좌우한다. 특히 세라믹 유전체와 전극 물질을 구성하는 초미세 분말 재료(파우더)가 핵심이다.

삼성전기는 미세한 파우더 제작 공법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핵심 원자재의 자체 개발·제조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민곤 상무는 "보다 작은 파우더를 써야 제품을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데, 삼성전기는 제작 공법들을 개발해 직접 제작하는 체계까지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더 작은 파우더를 쓰는 데 있어서도 충분히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MLCC 시장의 선두 주자는 일본의 무라타다. 삼성전기는 비교적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1998년 처음 MLCC 사업을 시작했고, 산업·전장용 MLCC는 2016년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선 삼성전기의 자체 분석 기준으로 약 40% 수준의 높은 점유율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MLCC의 목업. 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MLCC의 목업. 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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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MLCC는 대부분 스마트폰 및 TV 제품군에 공급됐다. 최근 들어서는 AI 서버부터 전기차,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자율주행 시스템 등에 들어가는 고성능 MLCC가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MLCC는 AI 시대가 열리면서 그 수요와 요구 조건이 크게 늘고 있다. 예컨대 일반 서버의 MLCC 용량이 2만2000μF(마이크로패럿·100만분의 1패럿)이었다면 AI 서버는 60만μF으로 27배에 달한다. 사용원수 또한 2200개에서 2만8000개로 크게 증가한다. 전력 소모가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채용하다 보니 소형·초고용량 제품이 필요해진 것이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MLCC 78만개를 담은 모래시계와 MLCC 목업. 삼성전기

머리카락보다 얇은 MLCC 78만개를 담은 모래시계와 MLCC 목업. 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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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의 확산과 전기차 보급, 자율주행 시스템 진화 등을 거치면서 MLCC 제품군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2024~2030년 MLCC 시장이 연평균 6%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간 전장 11%, 산업(AI 서버 등) 6%, IT 2% 순으로 성장세를 평가하고, 전장 및 AI 서버를 겨냥한 고부가 제품군에 주력할 방침이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올해 미래 성장사업인 전장 및 AI 서버 제품의 매출 2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고부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삼성전기는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전장용 고신뢰성 기술과 IT용 초고용량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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