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부산 이전' 과연 15조 경제효과 있을까

일각 "기대만큼 영향 없어"
머스크 등 경쟁사 서울서 영업
이전 인력 50여명 의견도

HMM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면 15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기대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평가를 15일 내놨다. 영업·전략·재무 부서가 서울에서 빠지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뿐더러, 주요 조직을 빼고 이전 가능한 인력은 실질적으로 50명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에 있는 HMM 본사. 조용준 기자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에 있는 HMM 본사.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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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공회의소가 전문가 용역을 거쳐서 쓴 'HMM 본사 유치 경제효과 및 유치전략' 보고서는 HMM 부산 이전으로 향후 5년간 생산유발효과 11조2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4조4000억원 등 총 15조6000원으로 분석했다. 고용유발효과는 2만1300명에 달한다. 부산상의는 "지난해 위촉한 정책자문단 소속 위원을 통한 연구용역"이라며 연구 주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HMM의 최근 4년 평균 매출액이 12조9000억원, 영업이익 5조3000억원으로 큰 경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적과는 상관없이 HMM 본사 인원은 약 800여명으로, 이들을 부산으로 옮긴다고 조단위 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HMM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육상직 1058명과 해상직 76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부산시 인구(326만명)를 고려하면, 본사 인원과 그 가족이 이전해도 지역 경제나 고용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얘기다.


사옥 신축에 따른 경제효과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HMM이 부산에 50층 규모 지능형 건물을 건축한다고 가정, 생산유발효과 1조3000억원과 부가가치유발효과 5179억원을 합해 1조8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HMM은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에서 9개 층을 사용 중"이라며 "부산에 있는 해상직 및 자회사 인원 2000여명을 합치더라도 50층 사옥은 허황돼 보인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에 있는 HMM 본사. 조용준 기자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에 있는 HMM 본사.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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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전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해상물류 관련 교수는 "머스크나 MSC도 화주가 많은 서울에서 영업을 뛰는데 HMM이 부산으로 내려가는 것은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라며 "고용유발효과는커녕 직원들이 대거 이탈하고 새로운 인재는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국적선사를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학 석좌교수는 "선박 관련 인력은 부산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겠지만 영업·금융·전략 같은 조직은 서울에 있는 것이 맞다"고 진단했다. 영업·전략·금융 인력은 서울에 두고, 나머지 인원만 이동한다면 경제·고용 파급효과는 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부산으로 본사를 옮겼던 SM상선은 현재 부산 근무 직원 수가 50명 안팎으로 전해진다.

HMM 매각 이슈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부산 이전을 단행하는 것도 '무리수'라는 경고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 57.9%에 대한 매각은 수년째 표류 중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HMM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이전에 찬성할지는 미지수"라며 "산은이 HMM 매각을 할지 말지를 확정한 뒤 이전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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