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조원 규모 국민연금기금을 굴리는 기금운용역 채용 경쟁률이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 이전과 처우 문제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운용 역량 저하의 악순환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1차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역 채용 경쟁률은 3.57대 1로 집계됐다. 14개 분야에서 총 28명을 선발할 예정인데 100명이 응시했다. 이는 역대 최저 경쟁률을 기록한 지난해(1~6차 평균 3.45대 1)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금운용역 채용 경쟁률은 2020년 7.22대 1, 2021년 4.38대 1, 2022년 3.83대 1, 2023년 4.06대 1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모집분야별로 살펴보면 1명을 모집하는 재무결산 책임운용역에는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대체리스크관리 전임운용역과 재무결산 전임운용역의 경우 각각 2명, 1명 모집에 동일 인원이 응시했으나 1차 합격자가 없어 사실상 '미달'이었다. 그나마 대체투자 분야(사모벤처·부동산·인프라)가 5.75대 1(8명 모집·46명 응시)의 경쟁률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경쟁률 하락 원인으로 지리적 여건을 가장 먼저 꼽는다. 국민연금 본사가 위치한 전북혁신도시는 전주 시내와 거리가 있고, KTX 익산역에서도 차로 30분가량 이동해야 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직원들의 전주 정착을 위해 제공되던 임시사택도 올해 초 운영이 종료됐다. 임시사택은 기관 지방 이전일로부터 기본 4년간 운영되고 정부 승인을 받아 2년 연장할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두 차례 연장해 2017년 초부터 올해 초까지 총 8년간 임시사택을 운영했다. 신규 기금운용역을 위한 별도 숙소가 제공되지만 이마저도 3년 단기에 그친다. 자녀 교육 등 생활 여건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며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경쟁률이 2014년 32대 1까지 치솟을 정도로 '꿈의 직장'으로 통했지만 2015년 본사 전주 이전 여파로 그해 9대 1로 급감했다. 2018년 5.3대 1로 떨어진 뒤 줄곧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민간 금융권 대비 낮은 처우 등 내부 문제도 지원자 감소의 주요 요인이다. 기금운용본부 성과급은 해마다 줄고 있다. 기본급 대비 비율이 2019년 73.7%, 2020년 86.7%, 2021년 67.7%, 2022년 51.1%, 2023년 39.9%, 2024년 36.5% 등으로 감소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데다 인사 적체 및 인사 불만으로 팀 분위기도 좋지 않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면서 지원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재 유입이 막히면서 운용 퀄리티 저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은 15.32%(시간가중수익률)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벤치마크 수익률(기준 수익률)보다는 0.23%포인트 낮았다. 2023년에도 벤치마크 대비 0.04%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쳤다. 이 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이스들은 러브콜을 받아 떠나고, 애매한 수준의 사람들만 남으면서 성과도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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