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 자리를 두고 레이스를 펼친 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양식품 의 뒤를 바짝 추격하며 선두권을 달리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가 주춤한 사이, 인공지능(AI) 전력기기의 '슈퍼사이클'(호황)을 등에 업은 효성중공업 이 역전에 성공하며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전날 3.07% 뛴 100만8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올 들어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한 종목은 삼양식품에 이어 효성중공업이 두 번째다. 반면 한때 황제주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0만7000원에 강보합 마감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당초 차기 황제주를 가르는 경주에서 앞선 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올해 들어 122%가량 상승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만 하더라도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5위에 오르는 등 'K방산'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삼양식품에 밀려 올해 첫 황제주 타이틀을 내주기는 했으나, 지난달 16일엔 장중 98만7000원까지 치솟으며 고지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주가를 견인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에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 7144억원어치를 사들인 이들은 2분기 들어 순매도로 전환한 뒤 전날까지 2873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회사가 악재로 지목되던 대규모 유상증자를 기존 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장밋빛 실적 전망도 이어졌으나 역부족이었다. 현재는 고점 대비 20%가량 조정을 받으면서 시총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반면 추격의 고삐를 당기던 효성중공업은 지난주 99만8000원을 찍은 뒤 반락하면서 숨 고르기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이날 단숨에 100만원을 돌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폭등 때처럼 외국인이 398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랠리의 중심에 섰다. 무엇보다 AI 패권을 둘러싼 열강들의 경쟁 심화 속에서 전력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
이달 들어 효성중공업의 황제주 등극을 점친 증권사만 8곳에 이른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임대료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국내 1위 초고압 GIS(가스절연차단기) 업체를 향한 러브콜이 쇄도한 덕분이다. 지난 1일엔 미국 전력회사로부터 약 2641억원 규모의 GIS 장비 수주를 공시하기도 했다. 차단기 단일 수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조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국산 고압 변압기 수입 비중은 2022년 9%에서 2025년 누적 기준 22%까지 상승하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효성중공업의 목표주가를 60만원에서 122만원으로 100% 넘게 상향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1조3920억원(전년 동기 대비 +17%), 영업이익 1360억원(+116%)으로 깜짝 실적이 전망된다.
해외법인의 현지 수주로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주가에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증설을 마친 창원 초고압 변압기 공장이 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멤피스 공장 역시 내년 말까지 기존 대비 2배 수준으로 생산능력(CAPA)이 증가할 예정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6년은 북미 고부가 수주의 본격 매출 인식과 멤피스 등 해외 CAPA 확장 효과로 구조적 성장이 본격화되는 구간"이라며 목표가를 122만원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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