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열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청문회는 정식 개회도 전에 산회된 뒤, 잠시 개회했다가 다시 정회됐고, 현재는 오후 1시 속개가 예고된 상태다.
혼란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민희 독재 OUT', '이재명은 협치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 인쇄물을 노트북에 부착한 채로 청문회 현장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지난 7일 민주당 주도로 통과되자 반발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측이 강하게 반발했고,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장은 "질서 유지가 어렵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회의장에서는 고성과 반말이 오갔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왜 반말이냐, 앉으라"고 항의했고,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못 앉는다", "천년만년 민주당이 집권할 것 같냐"며 맞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게 독재"라며 연이어 항의했다.
김 의원은 "과방위에서 야당하면서 단 한 차례도 피켓을 든 적 없다"며 "지금 이건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은 이재명 정부의 과기정통부 장관 인사청문회인데, '최민희 독재 OUT'이라는 피켓은 명백한 허위조작정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 위원들끼리 숙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상임위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인내되어 오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위원장이 강행해서 질서유지권이라는 이름으로 (청문회를 강행)한다면, 그것 또한 굉장히 큰 오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오늘 의제와 상관없는 피켓은 인사청문회 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국회법에 따라 경위에게 피켓을 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결국 경위가 국민의힘 노트북에 붙은 피켓을 직접 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회의는 오전 11시 20분경 개회됐지만, 다시 고성과 충돌이 이어지며 20여분 만에 정회됐다. 오후 1시 속개가 예고된 상태지만, 후보자 검증은 여전히 시작되지 못한 채 공전 중이다.
이날 청문회는 배 후보자의 AI·반도체 연구개발(R&D) 전략, 과학기술 예산방향 등 핵심 정책과 병역특혜 이슈 등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 있었으나, 정치적 공방에 가로막혀 사실상 '개점휴업' 청문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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