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공격에 새 친구 찾는 아시아 국가들

韓, 호주 독일 등에 특사 파견
인니·EU, FTA 합의 속도
인도·브라질 교역 3배 확대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관세 서한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무역 파트너 찾기에 나섰다. 오랜 동맹에도 거침없이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깜짝 놀란 이들 국가는 관세 협상을 지속하면서도 미국을 대체할 교역국을 모색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아시아 국가들은 더 나은 친구를 찾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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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한때 성장을 촉진하는 데 쓰이던 도구들이 이제는 압박하고, 고립시키며, 억제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우리는 외부 압력을 헤쳐나가며 자신의 기반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서로 간 무역을 확대하고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단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핵심 동맹국을 포함해 주요 교역국 20여개국에 기습적으로 관세 서한을 보냈다. ▲한국 25% ▲일본 25%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5% ▲라오스 40% ▲미얀마 40% ▲캄보디아 36% 등이다. 앞서 베트남은 20% 관세 협상을 체결했고 인도는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 예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독일과 호주에 특사를 파견해 국방과 무역 문제를 논의하고, 다른 여러 나라에도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2016년부터 FTA 협상을 벌여왔으나 그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무역 불확실성 증대로 협상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8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교역량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발송에 앞서 대미 수출 상품에 2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다른 무역 협정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 부소장은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게 어려워진다고 생각함에 따라 다른 국가와 협력하려는 데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때도 이러한 일이 있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 구매량을 줄였고, 대신 브라질을 택해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대두 수요를 브라질에서 확보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농가는 과잉 생산과 판로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알렉산더 하인드 멜버른대 아시아연구소 조교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연합해 하나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격변의 속도가 계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미국은 자신들이 구축한 시스템을 빠른 속도로 해체하려 하고 있고, 이는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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