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번 돈으로 먹고 사나" 조롱에…테니스 선수 딸 살해한 인도 남성

테니스 아카데미 운영 두고 딸과 갈등 겪어
이웃 조롱이 수치심 느낀 것으로 알려져

인도에서 한 40대 남성이 테니스 선수인 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남성은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딸이 번 돈으로 생활한다는 이웃의 말에 딸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는 인도 구루그람에서 전직 테니스 선수 라디카 야다브가 아버지 디팍 야다브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쯤 이들의 자택 부엌에서 발생했다. 디팍은 부엌에서 요리하던 딸 라디카에게 총 여러 발을 발사했다.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라디카의 삼촌인 쿨딥이 쓰러진 라디카를 발견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라디카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디팍은 체포됐으며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인도 테니스 선수 라디카 야다브. 엑스(X)

인도 테니스 선수 라디카 야다브. 엑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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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팍은 딸의 테니스 아카데미 운영을 둘러싼 갈등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생인 라디카는 최근 부상으로 테니스 선수를 은퇴한 후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해왔다. 체포된 디팍은 경찰에 "딸이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을 반대하고 여러 번 문을 닫으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팍은 라디카가 테니스를 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테니스 아카데미를 여는 것은 반대해왔다고 한다. 특히, 딸과의 갈등은 디팍이 이웃들로부터 '라디카의 수입으로 생활한다'는 조롱을 받으면서 분노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디팍은 자신이 임대 수익으로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딸이 학원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라디카는 정식으로 자신의 아카데미를 운영하지 않고 도시 내 테니스장을 예약해 어린 유망주들을 훈련했다고 인도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했다. 이런 교육마저 디팍은 여러 차례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한편, 딸이 부모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것은 명예살인의 한 단면이다. 명예살인은 집안 명예 등을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들이 저지르는 살해 행위다. 명예살인으로 매년 약 5000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명예살인 피해자의 약 3분의 1은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이다. 지난 2월께 인도에서 다른 계층의 소년과 교제했다는 이유로 딸을 살해한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내 명성에 먹칠할까 봐"라고 살해 배경을 진술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에서 25년을 거주하다가 파키스탄으로 가족을 데리고 돌아간 한 남성이 10대 딸의 틱톡 동영상에 불만을 품고 딸을 살해했다. 딸은 평소 옷차림, 생활방식 등과 관련한 영상을 틱톡에 올렸는데 아버지는 이를 반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명예살인은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와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한다. 수면 위로 떠 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로는 전 세계에서 매년 2만건가량 발생한다고 추산하기도 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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