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일부 아프간 인플루언서들이 제작한 관광 홍보 영상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는 11일 스페인 통신사 EFE의 보도를 인용해 해당 영상이 처형 장면을 희화화한 방식으로 제작돼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영상에서는 탈레반 복장을 한 인물이 머리에 검은 비닐을 쓴 남성들 뒤에 서서 극단주의 단체의 인질 영상을 연상케 하는 연출을 선보인다. 그러나 곧장 긴장감은 반전된다. 인질로 보였던 인물이 비닐을 벗고 환한 얼굴로 "아프가니스탄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하며, 이후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이 영상은 SNS 플랫폼 엑스(X, 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지며 '#afghanistan tourism' 등의 해시태그로 검색이 가능하다. 영상 제작 시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주로 탈레반을 지지하거나 관광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계정에서 게시되고 있다.
실제로 탈레반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관광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2022년 이후 아프간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1만5000명에 이른다. 모험과 독특한 여행을 추구하는 서구 여행객, 그리고 현지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인플루언서들이 주요 방문층이다.
탈레반 측은 자국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비롯해 수천 개의 해외 관광사 및 온라인 창작자를 통해 아프간 관광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EFE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전히 치안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수도 카불 인근의 밤얀 지역에서는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스페인 국적 관광객 4명과 아프간 현지인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공격의 배후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IS-호라산(ISIS-K)이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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