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맥주는 12일 서울 성수동에서 문을 여는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스탠드'는 일본 도쿄 긴자의 '삿포로 생맥주 블랙라벨 더 바'의 콘셉트를 한국시장에 그대로 도입했다. 삿포로맥주의 첫 번째 해외 매장이다.
이번 매장은 앉는 자리 없이 서서 즐기는 일본의 '타치노미' 스타일의 스탠드바 형식으로 운영된다.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해 성수동의 생맥주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11일 삿포로맥주에 따르면 비어스탠드의 가장 큰 특징은 같은 맥주를 두 가지 방식으로 따라 차별화된 맛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방식은 매장에서만 사용하는 1.1㎜의 얇은 잔에 전문 탭퍼가 직접 따른 맥주와 거품이 7대3의 비율을 이룬 '퍼펙트 푸어'다. 맥주를 천천히 따른 후 섬세한 거품을 별도로 위에 얹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특유의 청량한 목 넘김을 자랑하는 '클래식 푸어'다. 일본에서 10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맥주 따르기 방식으로 맥주가 한 번에 쏟아져 나와 상쾌함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삿포로맥주는 이번 매장을 삿포로의 품질 철학과 방향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최전선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고품질 맥주 생산에서 그치지 않고 서빙환경과 설비, 글래스까지 고객이 완벽한 상태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삿포로맥주를 수입·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 관계자는 "삿포로맥주는 1876년부터 이어져 온 최고의 한 잔이라는 철학을 완성하는 공간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이번 매장을 열었다"며 "앞으로도 삿포로맥주의 가치와 매력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일본맥주의 부활을 주도하며 수입맥주 시장 왕좌에 복귀시킨 롯데아사히주류도 마케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최근 동아시아 각국의 아사히 그룹과 협력해 걸그룹 '블랙핑크'를 '아사히 수퍼드라이'의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아사히 수퍼드라이가 동아시아 전체에서 통합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블랙핑크가 맥주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맥주가 스타 마케팅에 나선 건 국내외로 폭넓은 팬을 보유한 블랙핑크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유럽·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아사히맥주는 각국에서 소비자 캠페인과 대규모 광고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며, 한국에선 이달부터 TV 광고, 디지털 광고 및 옥외광고 등을 순차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일본맥주는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맥주는 2019년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며 2020년 수입액이 567만달러(약 78억원)까지 줄어들며 고꾸라졌다. 하지만 '노재팬' 분위기가 잠잠해지며 수입과 판매 모두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사실상 불매운동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도 5월까지 수입량 3만5326t, 수입액 2817만달러(약 39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7%, 7.7%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 경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본맥주가 국내시장에서 최근 몇 년째 성장세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영업이 있다. 우선 아사히맥주는 블랙핑크의 앰버서더 발탁에 앞서 성수동에 세계 여행을 주제로 '아사히 트래블바'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프랑스·호주·영국 등 세계 각지의 분위기를 살린 브랜드 존과 라운지 바 등 아사히 주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삿포로맥주도 오프라인 매장에 앞서 지난해 '삿포로 생맥주 70'을 출시하며, 해외맥주로는 드물게 TV 광고까지 진행하는 등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 확대 목적의 마케팅 활동과 더불어 기존 가정 채널에서 외식·유흥 채널로 판매채널을 확대하기 위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최근 일본맥주가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배경이 되고 있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은 수년째 편의점이 최대 판매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주류 쇼케이스를 두고 수많은 업체와 브랜드가 경쟁을 벌이면서 제품 공급사와 판매사 간의 힘의 균형은 무너졌고, 유통채널에 종속된 맥주 제조사와 수입사의 마진은 매년 낮아지는 상황이다.
편의점에 편중된 유통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일본 맥주 제조·수입사들은 가정 채널을 넘어 주점은 물론 일반음식점 등 외식·유흥 채널의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극 꺼내든 대표적인 카드가 이른바 '창업지원금'이다.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맥주를 독점 판매한다는 조건 등을 걸고 일종의 대출을 진행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례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통해서 매출 규모에 따라 2000~3000만원,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업계에선 이미 많이 알려진 방식"이라며 "빌려주는 돈이긴 하지만 창업 초기 자금이 필요한 입장에선 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주류업계에선 업장마다 하나의 맥주 브랜드만 독점 공급하는 게 관행으로, 한국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자신의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쟁사 제품을 해당 매장에서 배제할 수 있는 일종의 승자독식 방식이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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