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분위기 남달라"…외국인도 MZ도 연예인·유튜버 따라 '시장 홀릭'[핫플로드]③

"망원시장은 닭강정, 광장시장은 빈대떡"
신흥시장, 피란민 터전에서 20·30 놀이터로

지난달 30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길거리 음식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독일에서 왔다는 카티야씨(25)는 "SNS를 보고 왔다"며 "음식도 너무 맛있고, 구경할 것도 많아서 재밌다"고 말했다.


지난달 6월30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최영찬 기자

지난달 6월30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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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 전통시장에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시장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겨냥한 변신을 시도하는 전통시장이 늘어나면서 '문화 산업화'하고 있는 것이다.

"망원시장은 닭강정, 광장시장은 빈대떡"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망원시장의 외식업 매출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3%에 달한다. 망원시장뿐 아니라 전국 전통시장 매출액은 성장하는 추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통계를 보면 전통시장의 일평균 매출액은 2019년 5749만원에서 2023년 6843만원으로 19% 증가했다.

광장시장 먹자골목 초입 꽈배기 가게 앞에서 줄 서 있는 방문객들. 이은서 기자.

광장시장 먹자골목 초입 꽈배기 가게 앞에서 줄 서 있는 방문객들. 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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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는 전통시장의 볼거리에 매료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30% 이상이 전통시장의 이용 목적을 '관광 명소 방문'이라고 했다.

경동시장 내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에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 이은서 기자.

경동시장 내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에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 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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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발길을 끄는 전통시장들은 저마다 특화된 상품이 있다. 망원시장은 닭강정과 고추튀김, 광장시장은 빈대떡과 육회 같은 먹거리가 대표 상품이다. 경동시장은 세계적인 한약재 시장이다.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은 먹거리와 로컬 분위기를 구경하기 위해 전통시장으로 간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일본 관광객 레나씨(21)는 "일본 유튜버의 광장시장 브이로그를 보고 한국 시장과 음식이 신선하게 느껴져 체험해보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홍콩 관광객 아이리스씨(25)도 "매운맛 단맛이 어우러져 있는 떡볶이 소스와 국물이 특이하다"며 "낙지탕탕이, 육회도 먹었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적 특색을 제공한다. 일본 관광객 루리코씨(29)는 "한국 사람들만의 생활방식을 관찰할 수 있고 한약재, 육류, 생선을 모두 파는 큰 시장이 새롭다"며 "건강에 관심이 많아 경동시장에서 유명하다는 인삼 젤리도 사려고 한다"고 했다.

저녁시간 경동시장 통닭거리에서 연예인 유튜브에 나온 통닭집에 줄 서 있는 젊은 사람들. 이은서 기자.

저녁시간 경동시장 통닭거리에서 연예인 유튜브에 나온 통닭집에 줄 서 있는 젊은 사람들. 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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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를 들이는 등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되살리는 전략도 젊은 세대를 불러 모은다. 경동시장은 2022년 말 시장 내 60년 된 폐극장을 개조해 스타벅스를 입점시켰다. 경동시장에서 만난 김다선씨(32)는 "극장을 개조해서 공간이 크고 층고도 높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광장시장도 지난 5월 한복, 원단 가게들이 떠나고 공실이 된 별관 건물에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광장시장 스타벅스에서 만난 고미혜씨(38)는 "시장 안에 있는데도 현대적이고 시그니처 메뉴도 있어 특색 있다"고 했다.


현대적 문화와 공존하는 노포와 맛집은 젊은 세대의 레트로 감성과 이어진다. 이들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문난 시장 맛집을 방문한다. 경동시장의 치킨집은 유명 연예인의 유튜브에 나오며 인기를 거듭하고 있고, 튀김만두는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셜미디어에 소문이 자자하다. 김효연씨(32)는 "옛스러운 것 찾아 노는 재미로 노포를 찾아다니는데, 여긴 다른 시장과 달리 로컬 분위기도 남아있고 레트로 감성이 진하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과 경험해보지 못한 레트로함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젊은 층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전통 시장 환경 및 편의성 개선과 지역마다 특색있는 전통시장 발굴에 성공한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피란민 터전에서 20·30 놀이터로, 신흥시장도 있다

"앞문 말고 뒷문으로 내리세요!"


10일 저녁 서울 지하철 녹사평역 인근에서 탄 '용산 02'번 버스가 해방촌 오거리 정류장에 도착하자 대부분 승객이 우르르 내렸다. 이들의 발길이 향한 곳은 정류장 1분 거리 해방촌 신흥시장. 신흥시장에서 태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외국인 사장은 "오늘은 빈자리가 없다"고 했다. 대기 손님들이 늘어선 식당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신흥시장은 1953년 문을 열었다. 피란민들 삶의 터전이었다. 1990년대 이후 상권 쇠락을 겪었지만, 지금은 20·30 세대의 놀이터로 변신했다.

지난달 6월30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최영찬 기자

지난달 6월30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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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2023년 1분기 475만원에서 올해 1분기 686만원으로 커졌다. 최근엔 코카콜라와 협업을 진행할 정도로 주목받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신흥시장은 재개발을 위한 주민 동의 절차가 진행 중인 동네의 한 가운데에 있다. 그런데 시장 안쪽 분위기는 동네의 분위기와 180도 다르다. 아치형 지붕 아래 자리한 이국적인 분위기의 식당, 사진 찍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술과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신흥시장은 야채, 생선 등 음식 재료나 길거리 음식을 팔기보다 젊은이들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음식점들로 꽉 차 있다. 전통적 의미의 시장은 아니지만 트렌드에 부응하며 상권이 부활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2023년 열린 '용산해방축제'가 지금 인기의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한다. 홍승진 신흥시장 상인회 부회장은 "축제를 계기로 사람들이 이런 곳도 있다는 걸 알아봐 주기 시작했다"며 "쉬는 가게가 많은 월요일이나 화요일을 빼고는 늘 손님이 바글바글하다"고 했다.


신흥시장의 변신은 서울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도움도 컸다. 공모전을 통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건축가들이 현재의 투명한 아치형 지붕을 기획해내면서 노후 시장 분위기를 확 바꿨다. 이희정 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경리단길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대료가 올라가니 주변으로 상권이 파생됐는데, 그중 하나가 신흥시장"이라며 "리모델링과 공간 기획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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