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10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운 관세 정책에도 덤덤한 반응을 나타내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종가 기준 시가총액 4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2.34포인트(0.43%) 상승한 4만4650.64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7.2포인트(0.27%) 오른 6280.4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9.33포인트(0.09%) 상승한 2만630.67에 거래를 마쳐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가 0.75%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전 세계 상장기업 중 처음으로 장중 시총 4조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이날은 마감가 기준으로도 4조달러를 넘어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16일 베이징국제공급망박람회 참석차 중국을 찾는 가운데, 시장은 이 회사가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를 피하기 위해 준비해 온 중국 전용 AI 칩을 출시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2분기 예상을 넘어선 실적 발표에 힘입어 12.08% 치솟았다. 테슬라는 4.73% 뛰었다. 애플은 0.6% 상승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0.4%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폭탄 정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관세 리스크에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구리에 부과하기로 한 품목별 관세 50%가 다음 달 1일 발효된다고 밝혔다. 또한 브라질을 포함해 8개국에도 상호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발송했다. 이 중 브라질에는 50%의 관세율을 통보해 4월 초 10%에서 대폭 인상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서한을 보낸 교역국은 한국을 포함해 총 22개국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 무역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투자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크 딕슨 리서치·퀀트 전략 수석은 "관세 관련 모든 불확실성과 새로운 (관세 유예 조치) 마감 시한을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주식 평가가치)이 연초보다 높다는 건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시장은 이 모든 상황에 극도로 둔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오전 공개된 고용 지표는 예상 밖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6월29일~7월5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5000건 줄어든 22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 예상(23만6000건)도 9000건 하회했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6월22~28일 주간 196만5000건을 기록했다. 직전 주(195만5000건)보다는 1만건 늘었지만, 시장 예상치(198만건)는 1만5000건 밑돌았다.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둔화 전망에도 노동시장은 예상보다 견조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 인하를 재차 촉구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트럼프의 관세 이후 엔비디아는 (주가가) 47% 상승했다"며 "기술주, 산업주, 나스닥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가상화폐는 지붕을 뚫었다"고 썼다. 그는 이어 "미국은 수천억달러의 관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제 미국은 돌아왔다"며 "Fed는 이런 강세를 반영해 금리를 신속히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단언하며 물가 상승 우려로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Fed를 비판했다.
미 국채 금리는 강보합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34%,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87%로 전일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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