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17년 만에 노사공 합의(종합)

최저임금위 제12차 전원회의 개최
민주노총 퇴장 이후 진통 끝에 합의
2008년 이후 17년 만에 합의 성과

낮은 수준의 인상률에 노동계 우려
경영계 "복합 위기 극복 위한 합의"
최임위원장 "사회적대화 저력 성과"

이재명 정부 첫해 최저임금이 17년 만에 노사공 합의로 정해졌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이다. 역대 정부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인데, 그만큼 어려운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 모습. 연합뉴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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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1만30원) 대비 2.9% 인상한 1만32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15만6880원이다. 이는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209시간 기준이다.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끝까지 인내하면서 최후까지 노사를 설득해 합의에 도달해 보자는 의지가 오늘의 합의 결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정부 중 두 번째로 낮다. 김대중 정부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첫해 인상률이 2.7%에 그쳐 제일 낮았다. 윤석열 정부는 5.0%, 이명박 정부는 6.1%, 박근혜 정부는 7.2%, 김영삼 정부는 8%였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결과 16.4%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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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2008년(2009년 최저임금 합의) 이후 17년 만에 노사공 합의로 이뤄졌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노사공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올해도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다 보니 법정 심의 기한(6월29일)을 넘겼지만 이례적으로 합의라는 결론을 도출해 주목도를 높였다.


노사는 최초 제시안에서 1470원 격차를 보인 뒤 1차(1440원)와 2차(1390원), 3차(1270원), 4차(1150원) 수정안을 잇달아 내놓는 등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간격을 좁혀갔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도 9차 수정안(220원)에 이어 10차 수정안(200원)을 연달아 내놓으며 막바지 조율 끝에 합의를 이뤘다.

다만 이날 회의 도중 민주노총이 심의를 거부하며 퇴장하면서 최종 합의 과정에 한국노총만 참여했다. 민주노총 측 위원 4명을 제외한 근로자위원 5명과 함께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등 총 23명이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결과를 두고 반쪽짜리 합의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 배경이다.


최임위는 "최임위 위원장이 (8일 열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공익위원 심의 촉진 구간 내에서 노사 수정안 제출을 요청했다"며 "수정안 제출 요구에 동의하지 못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회의에서 노사가 제9차, 제10차 수정안을 제출하고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중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 도중 심의를 거부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중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 도중 심의를 거부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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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공익위원들은 노사 간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1만210원(하한선)에서 1만440원(상한선) 사이를 심의 촉진 구간으로 제시했다. 하한선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1.8%)를 반영한 것이고, 상한선은 올해 국민경제 생산성 상승률 전망치(2.2%)와 2022~2024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최저임금 인상률 차이(1.9%)를 반영했다.


민주노총은 심의 촉진 구간의 인상률이 낮다며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을 택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심의 촉진 구간은 노동자 삶을 도외시한 채 사용자 주장만을 반영한 기만적인 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공익위원 전원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최종 합의에 참여했지만 결과물이 기대치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이재명 정부의 숙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최임위 사용자위원을 대표해 입장을 밝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결정은 당면한 복합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기존 갈등을 반복하기보다는 각자 입장을 일부 양보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며 이뤄진 합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심 끝에 결정에 합의했다"고도 했다.


최임위는 올해 경제 지표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심의 촉진 구간 내 상한선을 노동계 요구처럼 높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근로자위원 5명이 남아 합의했지만 퇴장한 4명의 고민과 주장을 담아서 합의한 것"이라며 "17년 만에 노사공이 합의한 결과로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임위는 앞으로 최저임금법에 따라 이날 의결한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다. 이후 고용부는 내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한다. 효력 발생은 내년 1월1일부터다. 내년도 최저임금안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78만2000명(영향률 4.5%)이다.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으로는 290만4000명(영향률 13.1%)으로 추정된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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