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롯한 통상 불확실성이 하반기 국내 수출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10대 수출 주력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10곳 중 9곳은 관세 인상률이 15%가 넘을 경우 '버티기 어렵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10대 수출 주력 업종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150개사 응답)으로 진행됐다. 해당 업종은 철강·선박·석유화학·일반기계·자동차·반도체·바이오헬스·전자부품(디스플레이 포함)·자동차 부품·컴퓨터 등이다.
조사 결과, 하반기 국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부품(1.3%), 바이오헬스(1.6%) 등 4개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철강(△5.0%), 선박(△2.5%) 등 6개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줄어들 전망으로 나타났다.
수출 감소를 예상한 기업들은 그 요인으로 ▲관세 등 통상 불확실성 증가(45.6%) ▲주요 수출시장 경기 부진(26.6%) 등을 꼽았다. 수출 증가를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판로 개척(28.2%) ▲신제품 개발 등 제품 경쟁력 강화 '(25.0%) 등을 이유로 들었다.
수출기업 과반은 최대 리스크로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53.3%)을 꼽았다.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요 침체(14.0%) ▲미·중 통상 갈등 심화(12.7%) 등이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 응답 기업의 92.0%는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가 넘을 경우 이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한경협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이 발표한 '상호관세 25%'가 그대로 적용되면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관세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원가 절감(33.7%) ▲수출단가 조정(33.2%) ▲해외 현지 생산 확대(14.7%) 등을 꼽았다.
대기업 역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 대기업의 절반가량(47.3%)은 하반기 수출 채산성이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할 것이라 응답했다.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8.7%로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14.0%)보다 갑절 이상 높게 나타났다. 수출 채산성이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기업의 이익 수준으로, 수출 채산성이 좋을수록 이익이 증가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자동차·일반기계·석유화학·철강 등 7개 업종에서 채산성 '악화' 응답 비중이 '개선' 보다 높게 조사됐다.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44.8%)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단가 인하(34.5%) ▲인건비 등 운영비용 증가(13.8%)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채산성이 개선될 거란 응답 비중이 높은 업종은 반도체·선박 등 2개 업종에 그쳤다.
기업들은 ▲통상 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37.0%)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18.7%) ▲신규 수출시장 발굴 지원(12.6%)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관세정책과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비용 절감 중심의 단기 대응은 한계가 있다"며 "수출기업의 비교우위를 반영한 통상 협정과 수출 지역 다변화 등을 통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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