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초코파이·신라면 툼바 없으면 어쩔 뻔…'K푸드' 빼고 내수는 불황

10대 식품기업 2분기 매출 3.5%↑…이익은 제자리
삼양·오리온, 해외 실적 견인…러·미 시장 성장세
롯데·오뚜기·빙그레, 내수 부진에 수익성 '주춤'

올해 2분기 국내 소비 침체의 그늘 속에서 식품업계는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삼양식품과 오리온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 기업들은 실적이 고공행진했지만, 내수 비중이 큰 기업들은 부진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및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10개 식음료 업체의 올해 2분기 예상 매출액은 총 15조28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조7690억원)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14억원으로, 전년 동기(9418억원)보다 1.0% 증가한 수준이다. 10개 업체는 CJ제일제당 , 대상, 동원F&B,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오리온 , 삼양식품 , 농심 , 오뚜기, 빙그레 등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소비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해외 시장 확대와 프리미엄 제품군 수출이 기업들의 실적 방어 역할을 했다"며 "특히 동남아와 미국에서 K푸드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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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오리온, 해외에서 실적 견인

삼양식품은 2분기 예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한 5444억원, 영업이익은 46.1% 늘어난 1325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은 24.3%로, 식품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삼양식품의 4~5월 월평균 라면 수출액은 8750만달러(약 120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했다. 2023년 연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반기 기준으로 이미 1조원을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이다. 1분기에도 매출액 5290억원, 영업이익 1340억원으로 호조세를 보였다.

전체 매출액의 80% 이상은 해외에서 거뒀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7년 44%에서 2020년 57%, 지난해 77%, 올해 1분기에는 80%까지 확대됐다. 미국·중국·유럽 등에서 불닭볶음면 인기가 지속되며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밀양 2공장에서 생산된 불닭볶음면이 3분기부터 미국과 유럽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실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1분기에 유럽과 미국 일부 채널에서 수요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던 만큼 빠른 회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오리온 역시 해외 사업 확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7822억원, 영업이익은 1292억원으로 5.9%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러시아 법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4~5월 러시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7% 급증했다. 초코파이 생산라인 가동률은 140%를 넘었다. 현지 유통 대기업 X5, 텐더 등을 통한 공급 확대가 실적에 기여했다.


농심도 '신라면 툼바'의 미국·일본·중국 유통망 입점 효과와 함께 지난 3월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며 2분기 매출은 8953억원(4.2%), 영업이익은 487억원(11.9%)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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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에 발목, 수익성 압박

하지만 국내 식품업체 대다수는 올해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수 정체와 원가 상승, 판촉비 증가가 맞물리며 수익성이 나빠졌다.


오뚜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5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는 466억원으로 25.7%, 빙그레는 383억원으로 14.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경신 IM 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 둔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다만 주요 제품의 가격 조정이 일정 부분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액이 7조3311억원으로 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611억원으로 5.8% 감소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식품 부문이 부진했다. 국내에서는 소비심리 위축과 원재료 가격 상승, 판촉 확대 등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해외에서는 미주 지역의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둔화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국내 소비심리 개선과 함께 미국 디저트 라인의 정상화 효과가 본격화되며 점진적인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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