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창용 "집값 잡혀야…기준금리로 자극하지 않을 것"

7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이창용 "기준금리 동결, 금통위원 전원 일치"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 6명 중 4명

"경기부양과 금융안정 상충 고민"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관세는 올라가고, 집값은 안 잡히는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해 주택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준금리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는 작동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모든 금융통화위원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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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이 번져나가기 시작하면 사회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젊은 층의 절망감 등 많은 문제가 있다"며 가계부채 규모에 영향을 주는 거래량 못지않게 가격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수도권에 집중돼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며 "그때는 금리를 한번 쉬면서 해결이 금방 됐는데 이번에는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결정은) 부동산 가격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관세는 관세대로 굉장히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히는 것"이라며 "이 경우 금융안정과 성장 중 어디에 무게를 둬서 금리 결정을 해야 할지 금통위원 의견도 많이 나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3개월 뒤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알려달라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현재의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나머지 2명은 3개월 이후에도 2.5%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견해를 말했다. 4명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미 관세협상 진전, 정부의 부동산 대출관리 정책의 효과 등을 살펴보면서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며 금리를 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2명은 금융안정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고 한미 금리가 2% 이상 확대되는 것도 주의 깊게 봐야 하는 만큼 현 수준을 유지하며 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게 적절하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 이는 조건부 전망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다음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거래량 등 선행지표를 통해서 추후 가계부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나

▲가계부채 규모는 부동산 계약과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예상이 가능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은 예상이 어렵다.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이 번져나가기 시작하면 사회적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젊은 층의 절망감부터 시작해서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격을 잡는 게 중요하다. 8월 이후 이 문제가 해결될까 판단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가격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관세에 따라 성장률이 더 많이 떨어질 가능성도 준비해야 한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관세는 관세대로 굉장히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히는 것이다. 그러면 금융안정과 성장의 상충 관계가 굉장히 나빠질 수 있다. 어디에다가 무게를 둬서 금리를 해야 할지 금통위원 의견도 많이 나뉠 수 있다.


-통화정책 우선순위가 경기부양, 금융안정 중 어디에 맞춰져야 하나. 금통위원 4명이 3개월 이후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는 것은 경기부양에 방점을 둔다는 의미인가

▲물가안정, 경기부양, 금융안정 중 우선순위는 물가안정이다. 그 뒤 경기부양과 금융안정은 우선순위가 별도로 확실히 있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충관계에서 금통위원은 이번엔 6명 모두가 금융안정이 중요하다고 본 거고, 3개월 뒤는 4대2로 나뉘었는데 그때 나온 상황을 보고 어느 것에 방점을 둘지 판단할 것 같다.

-하반기 미국 금리 정책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Fed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데,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이 가능하다고 보시나. 현재 원·달러 환율 흐름이 안정돼 있지만,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 거라고 보는지도 궁금하다

▲파월 의장은 본인의 임무는 데이터를 보면서 자기 일을 하는 거라고 말했고, 박수도 많이 받으셨다. 의사록을 보면 FOMC 멤버 간 관세가 미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일 거냐, 올라갈 거냐에 따라 의견이 다른 것 같다. 의사록 보면 굉장히 많이 나눠진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7월 결정도 불확실하고, 결국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할 거라고 본다. 우리 입장에서는 금리를 미리 내려주면 좋은데, 사실 격차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안 된다 이런 건 없다. 달러 약세 트렌드는 어느 정도 갈 거고,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은 예전보다 줄었다. 다만 계속 봐야 한다고 보고는 있다.


-정부의 6·27 대책 효과와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문제인데 저출산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고, 수도권 집중으로의 상호 연관관계, 입시경쟁 등 사회문제와도 크게 관련이 돼 있다. 또 그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가계부채 수준은 국내총생산(GDP)의 90% 가깝게 올라가서 더 커지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소비와 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그런 임계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경기와의 상충 문제가 있는데 경기부양이 좀 뒤늦게 시작하더라도 일단 수도권 주택가격이 더는 상승하지 않도록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정책 우선순위라고 한은은 계속 말해왔다. 이번 정부 들어 인식을 같이해서 과감한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가계부채는 지난번에 거래량이 늘었던 게 있으니 시차를 두고 한두 달 정도는 올라갈 것 같은데, 거래량은 최근에 떨어졌다. 지금 유지되고 있는 거래량이 떨어지는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면 그 뒤부터는 사실 가계부채는 다시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이렇게 확실히 얘기할 수 있지만 가격은 여러 공급적인 요인도 있기 때문에 (잡힌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의 폭이나 속도가 과도하게 돼서 이것 자체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는 작동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저를 비롯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리는 일단 쉬고, 기대심리가 잡히는지를 좀 보자 하는 상황이다. 한은과 정부가 공조하면서 부동산 문제 대책도 대응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겠다.


-가계부채가 지난해 8월과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현재의 대책이 당장은 집값이나 거래량을 잡을 수 있겠지만 규제 해제 이후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뭐라고 보나

▲부동산 대책이 지난해 8월과 비슷한 면도 있다. 그때는 전체적으로 금리 사이클을 낮추고 싶은데 시장 금리가 굉장히 많이 떨어지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그때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차이점은 수도권에 집중돼 올라가는 스피드가 더 빠른 것 같다. 작년 8월에 저희가 금리를 한번 쉬고, 봤을 때 잡혔구나 생각돼서 저희 입장에서는 해결이 금방 됐는데 이번엔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 그때보다는 조금 더 걱정을 많은 상황이어서 정책이 충분하지 않으면 더 해야 할 것 같다. 공급이 되든 추가적인 수요정책이 되든 서울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고,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 가계부채 관리 당부에 대해 오지랖이 넓다, 너무 나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한은이 무슨 일을 하던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구조개혁 등 저희가 했던 얘기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저희의 책무와 다 관련돼있는 거라 그 차원에서 연구를 계속 해나가겠다.


-집값보다 전세금이 금리정책에 영향을 바로 받는 느낌이다. 한은 입장에서 전세금을 어느 정도 진지하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정책금융과 전세대출도 궁극적으로는 DSR 등 규제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보고서가 이미 나왔을 거다. 사실은 전세제도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 전세는 과거 금융시장이 발전되기 어려울 때 만들어진 사적인 부채 관계다. 이 제도가 정착돼서 바꾸기가 어려운데 몇억씩 되는 돈을 아무런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담보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서 이뤄지는 것이라 금융안정의 문제도 있다. 이번 대책이 근본적으로 갭투자가 없어질 관행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전세를 통해서 투자를 하는 목적은 이번 대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세를 통해서 실수요하는 분들은 그만큼 이제 고통을 받게 돼. 모든 사람을 다 행복하게 하기는 어려운데 궁극적으로 전세제도가 제도권으로 들어오게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금융불균형 우려를 자극할 수 있는 금리 조정보다는 다른 통화정책 수단으로 대응할 계획은 없나

▲성장 때문에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부동산 때문에 낮추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은 다른 통화정책을 쓸 수 있다. 다만 1월에도 금리를 낮추고 싶었는데 여러 문제로 낮추는 대신에 저희가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을 썼다. 지금은 한도를 소진해서 지난 1월처럼 쓰지 못하지만 금중대를 통합해 금리정책의 보완 수단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가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 그러려면 제도를 바꾸고 여유분도 정리를 해야 한다.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0.8%로 예측했는데, 2차 추경이 집행되는 현 상황에서 성장률이 1%대로 올라갈 수 있을까

▲1차 추경은 GDP를 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고, 이는 5월 전망에도 반영했다. 2차 추경도 GDP가 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면 성장률은 0.9%가 된다. 자료를 보면 5월 생각보다 소비는 조금 더 좋아지는 것 같고,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좀 좋게 나오고 있어 (추경 효과에) 플러스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반면 건설은 3분기에 바닥을 칠 거라고 예측은 했지만 나쁜 쪽으로 상쇄될 요인이 있다. 그리고 더 어려운 것은 8월1일까지 유예가 됐지만 관세 영향이다. 5월 전망에서는 8월 관세가 10% 정도 되는걸로 예상을 했는데 8월1일 이후 내릴지, 오히려 25%로 더 올라갈지 그대로 있을지 봐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관세도 중요하지만 외국에서 생산해서 수출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쪽 관세 영향도 봐야 한다. 중국을 통해서 가거나, 유럽연합(EU)으로 가는 것도 많기 때문에 그쪽 관세도 중요하다.

▲이를 다 고려하면 올해 1%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8월 이후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관세도 명확해지고, 추경 효과도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은 8월 말 경제전망을 통해 말씀드리겠다.


-2차 추경으로 12조원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된다. 경기 회복세나 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소비쿠폰은 13조9000억원 정도 되는데 내부적으로 분석한 분위별 한계소비성 자료가 있다. 이를 보면 저소득층에선 한계소비성이 0.5 정도 될 거라고 예상하고, 고위층에는 0.2 조금 넘어가는 정도라고 보고 있다. 이전하고 다른 건 전국민 등에 지급된 건데 11월까지 쓰게 되니까 내년 초 마이크로 자료를 통해 효과를 봐야 할 것 같다.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데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얘기하기도 했고,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관세를 낮추기 위해 우리가 내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본 것이 있나

▲미국 협상안에서 어떤 카드를 낼 수 있을지, 개인적인 생각은 있는데 협상이 진행 중이고, 이걸 얘기하면 정말 오지랖이라고 생각할까봐. 제가 답할 성격은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한은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밝혀달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오해가 많은 것 같다. 한은은 한강 프로젝트 자체가 사실은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도입할거냐에서 시작했다. 미래의 경제는 굉장히 디지털라이징이 될텐데 화폐도 디지털라이즈되면서 화폐 프로그램을 집어넣을 수도 있다. 화폐 프로그램을 집어넣을 수 있는 디지털 헤게모니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한은처럼 적극적으로 준비해온 기관은 없을거다.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당연히 필요한거다.

▲이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방식과 규제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비은행 금융기관에 허용해주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수의 민간 화폐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다수에게 허용되고 비은행까지 다수의 민간 화폐가 만들어지면 화폐의 가치가 조금씩 다 다를 수 있다. 자본금이 10억원되는 회사가 발행하는 것과 은행이 발행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같다고 할 수 없지 않나. 19세기에도 민간 화폐를 많이 발행해서 혼선이 있었다. 그런 가능성이 반복되고 혼선을 겪다 보면 다시 지금의 중앙은행 시스템으로 돌아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믿을 만한 곳에서 해야 한다. 그래서 한은은 은행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다.

▲두번째는 막 허용하게 되면 외환자유화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어도 실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많아지면서 현실화되고 있는 문제여서 어떻게 규제를 해야할지 얘기를 해야하는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생기면 문제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번째는 비은행 금융기관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지급결제 업무를 비은행 기관들이 하게끔 허용해준다는 의미다. 이들이 예금까지 가져가게 되면 은행 산업의 수익구조 이런 것들이 많이 바뀔 수 있다. 은행과 수익구조가 같은 업무에는 같은 리스크가 있고,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비은행이 가져가면 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 은행 규제는 오너도 다 체크해야 하고, 굉장히 강한 거다. 비은행이 발행은 하겠다고 하면서 규제는 안 받겠다고 하면 그것도 이상하다.

▲이런 복잡한 문제가 있는데 한은이 혼자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다 꾸려지면 이 복잡한 문제를 논의해서 방향을 잡아보겠다는 것이 한은의 기본 입장이다. 자꾸만 한은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마치 인허가권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내용만 부각되는 데 전혀 아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가는 게 좋은지, 비은행권까지 같이 하는 게 좋은지. 은행권만 하더라도 한은이 관찰할 수 있고 믿을만한 한은이 만들어놓은 네트워크 내에서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은행이 바깥에 나가서 자기들이 발행하는 게 좋을지 신중히 보면서 해야겠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데, 한은도 거시건전성 정책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직개편은 필요하다. 가계부채가 20년 넘게 한 번도 줄어들지 않고, 부동산 PF 문제가 왜 생겼냐 보면 그동안 거시건전성 정책을 말은 했지만 실제로 집행이 강하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이 유기적으로 가야 하는 게 그런 메커니즘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거시건전성 정책이 실제 강력히 집행될 수 있는 툴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건 정부만 할 수 없다. 정부는 경기에 아무래도 관심을 많이 두다 보니까 금융안정을 위해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한다고 해도 막상 경기가 나빠지면 그 강도가 낮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할 수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한은이 목소리를 높여서 정치적 영향 없이 강력하게 거시건전성 정책이 집행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비은행 기관이 커지면서 여러 문제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공동검사나 조사권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강 프로젝트가 보류됐는데 뚜렷한 이유가 아직 안 나왔다. 은행들이 비용 문제로 프로젝트에 난감을 표한 상황인데, 이 외에 다른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저도 그 보도 보고 화도 나고 오해도 많다고 생각했다. 타이틀이 한은의 CBDC 보류, 중단, 포기로 많이 나오던데 이건 CBDC가 아니라 예금토큰에 관한 것이다. 그다음에 중국처럼 리테일 CBDC는 처음부터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저희가 만든 안전한 네트워크 하에서 규제가 되는 은행들로 하여금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게 한다는 것이 한강 프로젝트였다. 저는 일시 중지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파일럿 1, 2를 하고 3쯤에는 상용화할 로드맵이 있었다. 근데 1이 끝나는 시점에 비은행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확 커지니까 은행에서도 비은행도 들어온다는데 한은이 확실히 해줄 수 있느냐, 은행 중심으로 가는 게 맞냐, 확답이 있어야 2차 투자도 하지 않겠냐는 견해가 있었다. 2차에 투자도 해야 하니까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한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 같다. 이건 한은이 답을 하기 어려운 게 법은 저희 권한도 아니고 기재부와 금융위와도 얘기를 해야 한다. 이런 은행들 의견을 받아서 기재부나 정치권과 얘기해서 방향이 잡히면 다시 얘기하자는 입장이다. 은행이 몇십억 때문에 못하는 건 진짜 이유도 아니고 로드맵이 없어서 못 한다는 것도 아니다. 법권도 감독권도 없는 기관이 정부와 합의가 안 됐는데 무조건 따라간다는 데 부담감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정부와 얘기해서 부담감이 사라지면 적극적으로 따라와 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한은 기준금리 정책과 변동대출금리 괴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보다 사실상 은행장들 소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상황을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공조로 봐야 하는 건지, 금융당국의 시장 통제 때문에 한은의 통화정책 파급경로 특히 신용 경로에 심각한 왜곡이 발생했다고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

▲모든 걸 만족시킬 수 없는 어려운 문제다. 저희가 관리하는 것은 초단기 금리여서 만기 2년, 3년 시장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기대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 특히 금리가 인하 또는 인상으로 갈 때는 변화폭이 굉장히 커서 지난해 8월에는 기준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낮아졌는데 그건 불편하지 않다.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예대마진이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해선 그게 시장 원리냐는 말씀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기준금리가 영향을 주는 여러 금리가 있기 때문에 그거 하나만 보고 문제가 있다고 하면 과장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커서 왜곡되다 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의미가 더 클 거다.

▲저는 왜곡되더라도 한국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것이 갖는 사회적 문제도 크고, 은행도 가계대출의 70%가 부동산에 집중되면 안정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가 초기거나 없을 땐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할 수 있지만, 문제가 커진 상황에서 고치려면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저는 이 정도 부작용은 이를 고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은행들한테 가계 총량제가 있으니까 하지마 이러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를 다른 금리 보다 올리지 않고 누구를 선별로 어떻게 누겠나. 그거 가지고 은행이 금리 장사를 한다고 몰아붙이는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책을 써서 생기는 조그만 부작용은, 부작용이라고 인정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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