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 총살형 택한 美 사형수…중증치매 앓는 그에게 법원은 집행을 예고했다

37년 전 사형선고 당시 총살형 선택
변호인 "치매 악화로 상황 이해 못해" 주장

미국에서 치매를 앓는 60대 사형수의 사형 집행일이 지정된 가운데 사형수 변호인 측이 건강 상태 악화를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이 사형수는 37년 전 사형선고를 받을 당시 총살형을 선택한 바 있다.


미국 유타주 사형수 랠프 리로이 멘지스. AP연합뉴스

미국 유타주 사형수 랠프 리로이 멘지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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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에서 37년간 복역한 사형수로 치매를 앓고 있는 랠프 리로이 멘지스(67)의 총살형 집행일이 9월5일로 지정됐다.

멘지스는 1986년 세 자녀의 어머니인 모린 헌세이커(당시 26세)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며 과거 사형선고를 받을 당시 사형 방법으로 총살형을 선택했다. 총살형이 집행되면 1977년 이후 미국에서 여섯 번째 총살형 사형수가 된다.


유타주 제3지구 지방법원의 매튜 베이츠 판사는 멘지스가 최근 인지 능력이 저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형 선고를 받는 이유를 "일관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난달 판결했다.


멘지스의 변호인단은 사형 집행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베이츠 판사는 이날 항소가 집행일 지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멘지스 측이 새롭게 제기한 '정신적 무능력' 심리를 오는 23일 열기로 했다. 변호인들은 멘지스가 현재 휠체어에 의존하고 산소 호흡기를 착용할 정도로 치매가 악화돼 자신의 법적 상황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멘지스 측 변호사 린지 레이어는 "심각한 기억 상실과 인지 저하를 겪는 치매 환자를 처형하는 것은 인간적인 판단이 아니다"라며 사면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유타주 법무부는 "법원의 결정에 전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경찰을 살해한 알라바마주의 치매 환자의 사형을 면한 전례가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이 사형을 선고받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회가 추구하는 정당한 형벌의 의미를 상실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편 헌세이커는 당시 유타주 커언스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중 멘지스에게 납치됐고 이후 25km 떨어진 산 속에서 목이 졸리고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멘지스는 이후 별개의 혐의로 체포됐을 당시 헌세이커의 지갑과 소지품을 갖고 있었다.


그는 1988년 1급 살인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후 수십 년간 반복된 항소로 사형이 두 차례 연기됐다. 2004년 5월 이전 사형이 선고된 유타주 수감자들은 사형 집행 방식으로 총살형과 약물주입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약물주입이 기본 방식이지만 약물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총살형이 허용된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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