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기록적 폭염에 전력수요가 한여름 수준으로 치솟자, 정부가 전력수급 비상 대응에 나선다. 발전설비 점검과 예비자원 확보로 최대 97.8GW 수요에도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무총리 주재 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하고, "차질 없는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총력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 사용량은 벌써 한여름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의 상순 평균기온은 28.2도로, 2022년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27.1도)를 넘어섰고, 서울은 8일 37.8도까지 치솟아 지난해 여름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산업부는 이러한 기상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전력 최대수요가 이달 말이나 8월 초 97.8GW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마와 함꼐 전국적은 폭염이 지속되면서 습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인근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다. 2025.07.01 윤동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실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6시 기준 전력 최대수요는 95.7GW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7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산업부는 여름철 기온이 8월 초까지 더 높아지고, 냉방기기 사용이 한 번 시작되면 줄어들지 않는 특성(하방 경직성)까지 고려할 때, 작년 8월20일 기록한 역대 최대 수요(97.1GW)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여름철 최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력 공급능력을 106.6GW까지 끌어올렸다. 전년 대비 1.2GW 증가한 수치다. 기준 전망대로 수요가 94.1GW 수준에 그칠 경우 예비력은 12.6GW에 달하고, 최악의 상황인 97.8GW 수요가 현실화해도 예비력 8.8GW를 확보해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총 8.7GW 규모의 비상 예비자원도 준비했다. 석탄 발전 출력 상향, 신뢰성 수요 감축(DR), 전압 하향 조정, 긴급 수요조정 등 단계별 대응 방안을 통해 위기 시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또 발전기 고장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공급 불안정에 대비해 주요 설비에 대한 사전점검과 보수작업도 마쳤다. 노후 송전선로와 배수시설 교체, 산사태 취약지역 철탑 점검 등 예방조치를 선제적으로 완료했고, 피해 발생 시 신속 복구 체계를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방안을 시행하고, 에너지 캐시백 등 국민 참여형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수요관리 노력도 병행한다. 고효율 냉방기기 보급,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지원, 전기요금 분할 납부제도 등 소상공인과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도 확대된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7일 경기 수원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특히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에너지 바우처 연간 지원액(최대 70만1300원)을 일괄 지급했고, 전기요금 감면 한도도 기존보다 확대해 최대 월 2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냉방 사용에 따른 가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했다. 1구간은 0~200kWh에서 0~300kWh로, 2구간은 200~400kWh에서 300~450kWh로 상향 조정됐다.
에너지 바우처를 신청했으나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문자, 카카오톡 등으로 수시로 안내하고, 우편 집배원이 직접 방문해 사용법을 설명하는 등 실사용 독려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전력수급 종합상황실을 7월10일부터 9월 9일까지 72일간 가동하고, 전력 유관기관들과 함께 수급 위기 대응 훈련을 실시해 실시간 대응 능력을 점검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아직은 예비력이 충분해 전력수급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태풍, 설비 고장 등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사전에 준비한 대응 수단을 적시에 가동해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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