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선 주말 비행기 타고 서울로 학원 유학"[新교통난민 보고서]⑩

서울의 미래 - 교통의 미래
이유원 한국학원연합회장 인터뷰

수도권 향해 뻗은 철도망
지방 아이들 블랙홀처럼 삼켜
교통 등 각종 인프라 부족
유명 강사 모시기 언감생심
학생 유출, 지방학원 고사 직전

"지방 학원은 고사 직전입니다."


이유원 한국학원연합회장은 "교통이 수도권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됐다"며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월성 사교육'은 수도권에 몰렸다"고 했다.

이유원 한국학원연합회 회장이 서울 성북구 협회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이유원 한국학원연합회 회장이 서울 성북구 협회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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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지방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 여건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모든 탓을 '교통'으로만 돌릴 순 없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향해 뻗은 철도망이 지방 아이들을 블랙홀처럼 삼켰다. 반면 수도권의 유능한 '강사 모시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는 "기본 월급에 교통비, 숙박비 등의 명목으로 10~20% 더 준다고 해도 교통 등 각종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 오려는 이들이 없다"며 "학생들이 강사 따라 학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은데, 다시 지방의 학생 유출로 악순환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방은 서울에서 교통이 멀리 떨어진 지역부터 대형 입시학원이 자취를 감췄다"면서 "경기권은 분당, 수원, 동탄 등 교통망이 생긴 신도시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교통이 낙후된 만큼 사교육 시장도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TX나 SRT를 타고 강남의 대형학원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주말마다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서울에 있는 미대 준비 학원으로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 회장은 "중계동의 한 대형 학원은 주말반 수강생이 보통 전체의 10%가량 되는데, 최근 2년 새 20~25%까지 늘었다"고 했다.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울 학원 유학' 풍토가 짙어지고 있다. 이들은 토요일 새벽에 서울에 도착해 오전·오후·저녁에 개설된 모든 수업을 듣고, 일요일 오후 수업까지 들은 뒤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는 식으로 학원 유학을 온다.

이유원 한국학원연합회 회장이 서울 성북구 협회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이유원 한국학원연합회 회장이 서울 성북구 협회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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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는 내신 받기도 어려워 수능으로 대입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 내신 5등급제에서는 전교생의 10%까지가 1등급인데, 학생 수가 적을수록 1등급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 취재에 따르면 고1 학생이 100명 미만인 학교는 전국 1703개교로 이 중 86%가 지방에 쏠려 있었다. 입시 업계에선 이들 지역일수록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오히려 지방은 내신 위주의 소형 학원이 발달했고, 대형 강의를 할 수 있는 입시학원은 수도권에 몰려있다.


이 회장은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지방에 오히려 정시 대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교통과 교육 인프라 두 가지 모두 확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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