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지난달 회의에서 올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달 중 금리 인하에 찬성한 위원은 소수에 그쳤다.
9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7~18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이르면 이달 중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본 위원은 2명의 소수 의견이었다. 대다수 위원은 올해 하반기에나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의사록은 "대다수 회의 참가자는 관세의 물가 충격이 일시적이거나 완만한 것으로 보고 올해 후반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Fed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의 참가자 중 10명은 올해 안에 최소 두 차례(각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7명은 금리 인하가 전혀 없을 것으로 봤고, 2명은 한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하반기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지만, 인하 폭과 시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두 명(couple of)'의 위원은 이달 중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본 반면 '일부(some)' 위원은 올해 안에는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의사록에 '두 명'의 위원들이라고 표현된, 금리 인하를 지지한 인사는 미셸 보먼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로 추정된다. 두 사람 모두 최근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겨도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둘러싼 의견 충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 대다수의 Fed 위원들은 지난 6월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지속적인 영향(persistent effects)'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일부는 그 영향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했다.
의사록은 "몇몇 참석자들은 관세가 일시적인 가격 상승만을 초래하고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봤지만 대다수 참석자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보다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Fed 위원들은 관세로 인해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러한 영향의 시점, 규모,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Fed 내부에서도 시각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통화정책 조정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의사록은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긴 했지만, 통화정책 조정에 있어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록 공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위원들에게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Fed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Fed 금리는 최소 3%포인트는 너무 높다"며 파월 의장을 '너무 늦는 사람(Too Late)'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Fed의 올해 첫 기준금리 인하는 9월 회의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9월 회의에서 첫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며, 연말까지 총 50bp 정도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Fed가 통상 기준금리를 한 차례에 0.25%포인트(25bp)씩 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9월과 12월 FOMC 회의에서 각각 한 차례씩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Fed는 올해 총 8차례의 FOMC 회의를 연다. 다음 회의는 이달 29~30일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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