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서 젤렌스키 만난 교황 "바티칸서 러·우 평화회담 주최 의향"

교황, 휴가 중 별장서 젤렌스키 맞아
"적대 행위 종식 최선의 방안은 대화"

레오 14세 교황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티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을 주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9일 연합뉴스는 교황청이 교황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나 대화하는 짤막한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날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 별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영어로 "상황이 어떻습니까" 등 묻는 모습이 담겨 있다.

휴가지에서 만난 레오 14세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휴가지에서 만난 레오 14세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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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은 이번 성명을 통해 "(교황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현재 진행 중인 분쟁과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우호적인 대화 속에서 적대 행위를 종식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수단으로 대화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교황은 희생자들을 애도했고, 포로 석방과 공동 해결책을 찾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격려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기도와 친밀감을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협상을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를 바티칸으로 맞이할 의향이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 측은 이러한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바티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이탈리아 내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선대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여러 차례 비판하면서 마테오 주피 추기경을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특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 초기에만 해도 주피 추기경은 키이우와 모스크바, 워싱턴, 베이징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바쁜 모습이었으나, 이후로는 특사로서의 활동이 상당히 주춤한 상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은 레오 14세 교황은 즉위 후 첫 국가 정상 통화 대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택하는 등 러우전쟁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레오 14세는 최근 우크라이나 가톨릭 주교들과 순례자들을 만나 러우전쟁을 "무의미한 전쟁"이라 칭하며 규탄하기도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을 통해 교황의 중재 의사가 간접적으로 드러난 적은 있지만, 교황이 직접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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