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가맹점주들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가운데 서울시가 가맹본부·점주 간 상생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과도한 '필수 품목 지정' 등 가맹본부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서울형 상생프랜차이즈'(가칭) 제도를 도입한다. 서울형 상생프랜차이즈란 서울시가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가맹사업법 준수 여부, 필수 구입 품목 지정 현황, 점주와의 상생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4~5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결과가 우수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동반성장지수 평가'와 비슷한 콘셉트로, 서울시는 자체적인 평가 지표를 개발해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있는 단계"라며 "높은 점수를 받은 가맹본부가 뚜렷한 이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가맹본부·점주 간 상생협력에 팔을 걷어붙인 데엔 최근 논란이 된 과도한 '필수 품목 지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필수 품목이란, 브랜드의 통일성·품질 유지·위생 관리 등을 목표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구입을 강제하는 품목으로, 원자재·부자재·용역·설비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문제는 그간 가맹사업법에 필수 품목 지정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어 가맹본부의 과도한 필수 품목 지정, 높은 차액 가맹금(필수 품목의 구매 대가로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지불하는 적정한 도매가격 초과분) 등의 문제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올해 초 중소기업중앙회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51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가맹점 중 '구입 강제'(33.0%)를 경험했다는 비중이 높았다. 공정위가 지난해 6월, 필수품목의 종류와 공급가격 산정 이유를 가맹계약서에 기재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쳤다.
중기·소상공업계도 같은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가맹본부의 횡포를 방지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해 왔다. 중기중앙회 등은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상설기구인 민생연석회의에 참석해 이런 내용을 건의했다. 업계는 앞으로도 관련 연구와 관계 부처 장관 초청 간담회 등을 통해 가맹사업의 필수 품목과 공급 가격에 관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법적 구속력을 지닐 수 있도록 입법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가맹본부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있는 만큼 서울시가 자체 평가 체계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가맹본부의 상생 노력을 유도한다면 업계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맹본부의 과도한 물류 마진, 필수 품목 지정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알리고 방지하기 위해 관련 당국에 업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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