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4법' 공청회에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문제 등 주요 쟁점마다 이견을 표출하며 격돌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은 국민의 명령으로 신속히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섣부른 개혁 작업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여당의 속도전에 반발했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를 열고 법조계와 학계 인사들의 진술을 청취했다.
이날 법사위는 공청회에서 민주당 김용태·장경태·민형배 의원이 앞서 대표발의한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4건의 법률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민주당 소속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이제 검찰개혁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충분한 논의는 필요하지만, 국회가 국민의 명을 받들어 검찰 개혁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법안 발의자이자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도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정권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지, 기득권 강화가 아니"라며 "과거 국민의힘도 검찰 수사·기소 분리 등 개혁에 진작 동의하고 법안도 발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의원은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에서 보듯 검찰은 '윤석열의 하수인'이었고 이는 검찰의 치욕"이라며 "이 치욕을 정리해 달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권이 검찰 수사권을 오용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검찰 폐지 카드를 들고나온 민주당의 법안은 형사사법의 혼란만 부를 것이라고 맞섰다.
검사 출신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의 과오도 분명히 있지만 근본 원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검찰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온 것"이라며 "검찰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두면 또 다른 권력화와 정치 경찰이 탄생할 수 있다.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데 너무 서두른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의 같은 당 곽규택 의원도 "정치인 수사가 보복 수사라며 검찰을 없애자고 논의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개혁 방향"이라며 "정치권이 정치적 이슈 때문에 만들어내는 면이 굉장히 강하다"고 짚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법안대로면 국가수사위를 통해 집권세력의 의지대로 수사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개혁의 취지나 목적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 측 진술인인 김필성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권, 공소 제기권, 형 집행권 등 권한을 독점하고 법무부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며 "조직을 개편하지 않고는 (검찰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조직을 남겨놓는 구조하에서 법·체계를 일부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고 개혁에 역행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문규 중부대 교수도 "검찰이 보여준 모습은 실체주의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검사 지배적인 형사사법 시스템은 분명한 한계가 있고 부작용과 폐해가 너무 크다"며 "수사권 다원화 시대에 걸맞은 제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 진술인 김예원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을 해체해도 부작용이 없다는 주장은 오해"라며 "경찰은 직접 수사에 집중하고, 검찰은 수사 통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국민 혼란을 줄이고 혈세 낭비도 방지된다"고 했다.
김종민 변호사도 "윤석열, 한동훈 같은 최악의 정치 검사가 더 나오지 못하게 반드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면서도 "근본 원인은 대통령의 인사권과 검찰 특수부 중심의 직접 수사권이지 검찰을 무조건 폐지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법사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쟁점을 토대로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 심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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