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 하고 있다. 금리 인하, 연체율 상승 등 비우호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등 주주환원 인센티브 정책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들의 총주주환원율이 50%를 넘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주가는 최근 일제히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KB금융 은 8일 6.64% 오른 12만2000원으로 사상최고가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하나금융지주 도 9.78% 오른 9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한지주 (7.58%), 우리금융지주 (8.51%)도 같은 날 일제히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9일에는 소폭 조정을 받았으나, 큰 폭의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을 연출했다.
금융지주의 주가가 일제히 큰 폭으로 오른 배경으로는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이 예고돼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연결기준)는 9조88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약 6%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금리 인하, 연체율 상승, 상생 금융 동참 등 비우호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예대금리차' 확대가 주효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수신금리는 빠르게 내린 반면,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여신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도 금융지주의 실적에 기여했다. 6·27 부동산대책 발표에 따른 가수요 집중으로 6월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 1월 734조원이었던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755조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6월 한 달에만 7조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2분기 가계대출만 2%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대급 실적 예고 외에도 4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하반기 예정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주주환원 기대감을 키우며 주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올 하반기에만 최소 1조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이 올 상반기 82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7000억~8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오는 8월까지로 예상했던 자사주 소각 계획을 앞당겼다. 지난달 26일 약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완료했다. 하나금융 역시 연초 목표했던 9월보다 2개월여 앞당겨 하반기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할 예정이다. 규모 역시 당초 예상보다 두배가량 늘었다. 우리금융지주는 하반기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실적, 자사주 소각 등을 고려했을 때 금융지주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4대 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약 0.4~0.6배 수준으로 자산 가치 대비 여전히 저평가된 점을 감안할 때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분석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점도 금융주의 신고가 랠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소득세법 개정안에 담긴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 성향 25% 이상 상장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초 배당 세제 개편은 세수 부족 문제로 실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배당 세제 개편이 7월 세제 개편안에 포함될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은행주가 코스피를 상회하는 주가 상승률을 시현 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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