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계열 분리' 신세계百, 자사몰 결제 도입…이커머스 재진출

내달 자체 앱에 '비욘드 신세계' 서비스 도입
자사몰 상품 검색·결제 기능 신설
기존 SSG닷컴 전용관에만 입점
"고객 쇼핑 경험·채널 선택지 확장 취지"
계열분리 염두 사전 조치 해석도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백화점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e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신세계그룹 계열 전자상거래 플랫폼 SSG닷컴(쓱닷컴)으로 일원화했던 상품 노출과 결제 기능을 자사몰에도 접목해 고객의 쇼핑 경험을 확대하고, 구매 편의를 돕는다는 전략이다. 향후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제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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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신세계백화점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자사 앱에 이 같은 쇼핑 기능을 담은 '비욘드 신세계'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앱은 사은행사나 팝업스토어, 전시 안내 등을 볼 수 있는 이벤트 카테고리와 멤버십 제도, 매장 현황 등을 소개하는 코너를 운영하며 소비자의 정보 검색을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백화점이 판매하는 온라인몰 전용 상품을 구매하려면 쓱닷컴 앱에 마련된 신세계백화점 전용관에 접속해 물건을 고르고 결제해야 한다. 신세계백화점 앱 '신백 선물관' 코너에서 패션·잡화와 뷰티, 건강식품 등의 가격 정보를 안내하고 선물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테고리가 있지만, 이 역시도 구매를 누르면 결제창이 쓱닷컴과 연동된다.


비욘드 신세계 서비스가 도입되면 신세계백화점 앱에서도 상품 검색과 결제 기능을 쓸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쓱닷컴을 통해서만 온라인 쇼핑이 이뤄지던 기존 방식을 확대해 백화점 고객의 쇼핑 기회와 채널 선택지를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신세계백화점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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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이 온라인커머스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쓱닷컴의 경업금지(영업상 경쟁 금지) 해제 조치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쓱닷컴은 2019년(7000억원)과 2022년(3000억원)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PE)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경업금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에는 이마트 와 신세계 등 쓱닷컴 대주주가 쓱닷컴을 통해서만 e커머스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해 11월 신규 투자자 '올림푸스제일차'로 재무적 투자자(FI)를 교체하면서 이 경업금지 조항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올림푸스제일차는 KDB산업은행·신한은행·NH투자증권 등 은행권 6곳과 증권사 4곳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다만 쓱닷컴 측은 과거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온라인 쇼핑몰을 쓱닷컴으로 통합하면서 온라인 사업 역량을 한데 모은 것일 뿐 경업금지 조항이나 이를 해제한다는 등의 내용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 작업을 염두에 둔 사전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014년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의 온라인 사업부문을 쓱닷컴으로 통합했다. 이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을 각각 물적분할한 뒤 합병법인 SSG닷컴이 출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쓱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 올림푸스제일차가 3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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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를 위한 퍼즐을 맞추려면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보유한 쓱닷컴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친족 기업 간 계열분리를 위해선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 지분이 3% 미만, 비상장사 보유 지분은 10% 미만이어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쓱닷컴 지분 정리가 진행되면 신세계가 보유한 지분을 이마트에 넘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그로서리(식료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이마트와의 시너지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신세계백화점은 상품 검색과 결제 기능이 포함된 온라인커머스 운영으로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미 신세계는 백화점 부문의 온라인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5월 '온라인추진단'을 신설하고 신세계 영업본부장 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장인 김선진 부사장에게 단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온라인추진단은 신세계몰, 신세계V(옛 SI빌리지) 등 백화점 부문 각 사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플랫폼 간 시너지를 낼 방안을 모색하는 조직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자사 앱을 통한 구매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매출 정산이나 수수료 지급 등의 구조는 기존처럼 쓱닷컴에 연동돼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비욘드 신세계 서비스를 계기로 신세계백화점이 향후 다른 온라인플랫폼에 직진출하거나 제휴를 타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금까지는 쓱닷컴이 네이버( NAVER )와 카카오 의 쇼핑 서비스를 비롯한 G마켓·11번가·옥션 등 주요 e커머스와 계약하고, 신세계가 백화점 상품을 보내는 방식을 썼다. 이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면 플랫폼 간 제휴 할인이나 선물하기 등 수요가 많은 서비스 입점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관련 플랫폼에서는 "해당 건에 대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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