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미란 "관세가 물가상승 유발? 운석과 지구가 충돌할 확률"

트럼프 "누가 CEA 보고서 파월에게 좀 보여줘야"
美CEA, 올해 관세-수입물가 영향 보고서 발간
보고서에서 "올해 수입품 가격 전반적으로 하락"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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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을 두고 '운석이 지구에 충돌할 확률'에 빗댔다.


스티븐 미란 위원장은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8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관세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오거나 운석이 떨어지는 등 아주 가끔 드문 일들도 일어나기 마련"이라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미란 위원장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극히 드문 사건이냐'는 질문에 "무시하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예측은 항상 어렵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나는 미래를 예측해주는 수정구슬(crystal ball) 같은 걸 가진 게 아니며 이는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는 미란 위원장이 이끄는 CEA가 관세의 수입 물품 영향 분석한 보고서를 새롭게 발간한 가운데 진행됐다. CEA 보고서는 관세 우려에도 올해 수입품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CEA는 보고서에서 "올해 수입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으며, 2월 이후 전체 상품 가격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이는 관세나 관세 우려가 인플레이션을 가속할 것이라는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라고 짚었다.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상품 가격 및 수입품 가격(서비스 가격 제외 기준). 전체 상품 가격은 2024년 12월 100에서 100.4로 상승한 반면, 수입품 가격은 100에서 99.9로 하락했다. 자료=CEA 보고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상품 가격 및 수입품 가격(서비스 가격 제외 기준). 전체 상품 가격은 2024년 12월 100에서 100.4로 상승한 반면, 수입품 가격은 100에서 99.9로 하락했다. 자료=CEA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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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A가 근거로 든 것은 2024년 12월부터 2025년 5월까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CPI)의 변화 추이다. CEA는 이를 국산 제품과 수입품으로 나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PCE 전체 상품 가격(서비스 가격 제외)은 0.4% 상승했지만, PCE 내 수입품 가격은 0.1% 하락했다. 다만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모두 포함할 경우, PCE 전체는 1.1%, 수입품 가격은 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CEA는 "서비스 가격이 전체 수치를 끌어올렸기 때문일 수 있다"며 "이를 제외하면 수입 상품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CEA가 보고서에서 명시한 것처럼 이번 분석은 ▲가격 변화의 원인이 국내산 제품 때문인지, 수입산 제품인지 PCE 지수에서는 구분할 수 없다는 점 ▲수입 비중이 고정돼 있어 소비자가 행동을 바꾸는 '대체효과'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 등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CEA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관세가 물가에 미칠 영향이 "제로(0)"라고 더 과장되게 표현했다. 그는 "이 연구 결과는 내가 늘 말했던 것처럼 수입 물가가 실제로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가짜 뉴스와 '소위(so-called)' 전문가들이 또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겨냥해 "'너무 늦는(Too Late)' 파월 의장한테 누가 이 연구조사를 좀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몇 달간 아기처럼 징징대면서 옳은 일을 하기를 거부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낮추라"며 "지금이 적기"라고 재차 압박했다.


CEA 분석과 관련해 반론도 존재한다. CNBC는 현재까지 물가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3개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시한 유예로 정책 시행이 지연됐으며, 관세와 실물 경제 간 가격 반영 차이에 시차가 있다는 점, 기업들이 관세 발효 전 사재기에 나선 점 등을 꼽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후 90일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국가별로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하도록 2차례에 걸쳐 시한을 연장했으며 현재는 8월 1일로 못 박아뒀다.


미국 관세가 자국은 물론 전 세계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는 계속 제기돼왔다. 미 Fed도 비슷한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금리를 동결,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침묵해왔던 파월 의장은 지난 1일 "관세로 인한 인플레 압력을 우려해 금리 인하를 미뤘다"로 처음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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