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북부 간쑤성의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납중독 사건의 피해 원생이 200여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당국은 이 유치원에서 식용이 불가능한 미술용 물감을 반죽에 넣은 사실을 밝혀냈다. 8일 중국 중앙TV(CCTV)는 간쑤성 톈수이시의 허스페이신유치원에서 혈중 납 농도의 비정상 판정을 받은 원생이 지난 7일 오후 10시 기준 총 223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구토나 어지럼증, 복통, 탈모, 과민반응, 흰머리, 치아 변색 등의 이상 증상을 보인 아동 20여명이 먼저 병원에서 검사받아 납중독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원생 251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피해 아동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18명은 정상 판정을 받았다.
톈수이시 연합조사팀은 유치원 원장과 주방 직원 등이 공모해 인터넷 쇼핑으로 물감을 구입해 물에 희석한 뒤 급식에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식품과 수돗물 등 200여 건에 대한 검사 결과 문제가 된 급식 메뉴는 삼색 대추설기와 옥수수 소시지 롤로 확인됐다. 해당 식품들은 겉보기에도 색상이 지나치게 선명하고 화려했다. 두 식품의 납 함량은 각각 1052㎎/㎏ 및 1340㎎/㎏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식품안전규정 오염물 함량 기준 0.5㎎/㎏을 크게 초과했다. 당국은 유치원에 숨겨져 있던 물감을 찾아냈으며, 포장에 식용 불가 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시안시 중심병원에서 먼저 검사받은 다수의 원생 혈중 납 농도는 200∼500㎍/ℓ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당국이 밝힌 어린이 기준 정상 혈중 납 농도는 100㎍/ℓ 이하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기준으로는 50㎍/ℓ만 넘어도 납중독으로 본다. 한 학부모는 중국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유치원에 다니는 6세 딸이 흰머리가 나고, 치아에 검은 부분이 생겨 병원에 갔다"면서 "검사 결과 혈중 납 농도가 284.9㎍/ℓ인 납중독 상태로 나왔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항의하는 학부모들에게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다만 당국은 교사들이 두통과 메스꺼움 증상을 느끼고 있으나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의 캠퍼스 급식 공급 모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학교가 전문 급식 회사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모델은 학교 자체 식당을 운영하고, 원자재를 통일적으로 입찰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중앙 집중식 급식 배송이다. 중국 교육과학연구원 연구원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유치원 급식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유치원의 급식 과정이 불투명하고 감독이 부족하여 학교 책임자와 외부 공급업체 간에 이익 거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해당 유치원은 사립으로, 학부모들은 1년 학비가 1만 위안(약 191만 원) 이상이며, 보육비가 3500위안(약 67만원), 한 달 식비가 360위안(6만8000원)으로 현지에서도 비교적 비싼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피해 아동들에 대한 치료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현재 간쑤성 위생건강위원회는 전문가 6명을 이 유치원에 파견했으며,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전문가 3명도 구호 지도를 진행 중이다. 중화망은 "공안 당국은 유독·유해 식품 생산 혐의로 원장을 포함한 조리 직원 8명을 법에 따라 구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이미 조사 절차를 시작한 상태"라면서 "직무 유기 및 직권 남용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묻고 처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납 중독의 증상은 감지하기 어렵지만, 어린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를 보면, 납은 특히 어린이에게 유해하다 특히 납이 몸에 들어가면 뼈와 치아 등 신체 기관에 저장되며, 이는 어린이의 뇌 발달에 영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심각할 경우 뇌와 중추 신경계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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