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의약품 관세 이르면 이달 말 결정…구리는 50% 부과(종합)

반도체 관세율·부과시기 미정
의약품 1년~1년 반 유예기간 뒤 부과
구리 관세 발표 뒤 가격↑

전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4개국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서한을 발송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반도체·의약품·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과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등 관세 전선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의약품, 반도체, 그리고 몇 가지 다른 분야에 대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율, 발표 시기, 부과 시점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의약품 관세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에게 1년 또는 1년 반의 기간을 줄 텐데, 그 기간 안에 (미국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매우, 매우 높은 관세율, 200% 정도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외에 있는 제조사들이 미국 내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수 있도록 1년~1년 반의 유예 기간을 주고, 이후부터는 초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의약품, 구리 수입품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해당 관세율은 50%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리 관세와 관련한 조사가 이미 완료됐으며 "관세는 7월 말에서 8월1일 사이에 발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의약품과 반도체의 경우 이달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면서 "그러면 대통령이 자기의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 전기차(EV), 군수 장비, 전력망 등 다양한 소비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구리의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구리는 미 국방부가 사용하는 소재 중 사용량이 두 번째로 많은 금속이다. 전선 등 인프라는 물론 전기차에도 핵심 재료로 쓰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구리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국내 생산 확대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美, 반도체·의약품 관세 이르면 이달 말 결정…구리는 50% 부과(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 수입품에 대해 50%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구리 선물가격은 치솟았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이날 구리 선물 가격은 전날 종가보다 17%까지 오르며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종가는 파운드당 5.68달러를 기록했다. 일일 상승률 기준 1989년 이후 최고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작위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 무역 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각국 간 통상 마찰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전 세계의 무역 상대국들은 새로운 관세가 무질서하게 발표되는 방식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기본적인 틀조차 합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는 자국 내 양보안에 대한 내부 논의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관세 부과가 오히려 공급망 불안을 촉발하고, 비용 증가를 초래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많은 제약 회사들은 관세 부과가 비용 상승, 미국 내 투자 저해, 의약품 공급망 교란으로 환자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반발해 왔다"고 전했다.


피에르 그라튼 캐나다광업협회 회장도 "미국은 충분한 구리 정제 능력이나 제련소를 갖추고 있지 않아 캐나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처럼 높은 관세율은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관세가 미국 내 생산시설 유치나 투자 확대를 이끌기보다 오히려 이런 흐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AP통신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장려하는 반도체지원법(CHIPS)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관련 관세 및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삼성의 텍사스 공장 등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미국 기술 경쟁력 확보에 중대한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