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이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소비자 선호가 후발업체로 옮겨가면서 점유율 순위가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지난 1~6월 현대차· 기아 의 미국 전기차시장 점유율은 7.6%로 테슬라(42.5%), 제너럴모터스(1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상반기(11%)보다 시장점유율이 3.4%포인트 하락하며 점유율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현대차·기아가 2022년 2위 자리에 오른 지 3년 만의 순위 하락이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2021년 4위(4.1%)에서 2022년 2위(10.4%)로 도약한 이래 상반기 2위를 지켜왔다.
이번 순위 하락은 올해 들어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4만4555대로 작년 동기보다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4.6% 감소한 3만988대, 기아는 53.8% 급감한 1만3567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내 전기차 총판매량이 56만198대에서 58만9066대로 5.2% 증가한 가운데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 전기차 판매 감소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이 본격화한 2021년 이래 처음이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8262대를 시작으로 2022년 3만4517대, 2023년 3만8457대, 지난해 6만1883대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하반기까지 호조세가 이어진 지난해는 연간 기준 12만3861대를 판매하며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부진한 배경으로는 인센티브 정책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대차·기아는 리스·렌터카 같은 형태로 대량 판매 전략을 이어왔는데, 현지 생산 확대를 계기로 개인 간 거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 과정에서 판매 인센티브가 떨어지면서 소비자 관점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후발업체 등장으로 소비자 선호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 EV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GM을 비롯한 후발업체들이 선두업체들을 참고해 상품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 GM은 올해 상반기 가성비 모델인 쉐보레 이쿼녹스를 앞세워 작년보다 103.8% 증가한 7만8167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다만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차(HEV)로 전기차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친환경 차 경쟁력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HEV 판매량은 45.3% 증가한 13만6180대를 기록했다. HEV를 비롯한 전체 친환경 차 판매량은 역대 최대인 18만715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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