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이른바 '슈퍼 리치'라고 불리는 초부유층에 대한 최저 세율 도입을 촉구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조지 애컬로프,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에스테르 뒤플로,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등 7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 보낸 공동기고문에서 "억만장자들은 그들의 능력에 비해 공공 부담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구적인 연구들에 따르면 초부유층은 자기 자산의 0%에서 0.6%만을 개인 소득세로 납부한다"며 "미국의 경우 약 0.6%, 프랑스는 0.1%"라고 밝혔다. 이어 "법인세나 사회보장세, 소비세 등 모든 의무적 세금을 고려해 소득 대비로 환산하면 이들의 세금 부담률은 중산층이나 고소득 근로자보다도 낮다"며 "초부유층이 자산 구조를 조정해 소득세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유럽 국가들에서 지주사를 설립해 그 안에서 배당을 비과세 상태로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치적 선택의 결과로 이런 일이 가능했다"면서도 "억만장자들에게 더 강력한 정의의 제약을 가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 방안 중 하나로는 초부유층의 재산을 기준으로 한 최저 세율 도입이 이상적이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 제도는 모든 형태의 세금 회피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효과적이고, 또한 가장 부유한 납세자 중 세금 회피를 하는 이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타깃이 명확하다"며 "가장 부유한 자들이 세금을 회피하지 않도록 보장하지 않은 채 다른 계층에 노력을 요구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제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전 세계 억만장자의 재산에 2%의 최저 세율을 부과했을 때 약 3000명에게 총 2500억 달러(약 342조원)의 세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으로만 따지면 500억달러(약 68조원) 규모에 달한다. 만약 1억유로(약 16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개인에게도 최저 세율을 확대한다면 세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국가들의 움직임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이 문제를 주요 20개국(G20) 의제로 울렸으며, 지난달 30일 스페인과 초부유층 과세를 위한 공동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칠레도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 2월 프랑스 하원도 자산 1억유로 이상인 개인에게 2% 최저 세율을 도입하는 안을 승인했으나, 상원에서 무산됐다.
학자들은 "공공 재정 악화와 극단적 부의 폭발 시대에 프랑스 정부는 하원에서 채택된 이 법안을 신속히 검토해야 한다"며 "국제 협정이 마무리되길 기다릴 이유가 없이 프랑스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브스에 따르면 프랑스 억만장자의 자산은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프랑스에서는 초부유층이 번영하고 있다"고 했다. 과도한 과세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역사적 경험이나 경제학적 지식으로 볼 때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대규모 부의 급증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초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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