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총량규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중심의 미시적 규제만으로는 가계부채 안정화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대출 금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부담금이 차등적으로 증가하는 '거시건전성 부담금'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연간 경상성장률 전망에 연동된 현행 가계부채 관리 방식 역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공개된 '자본시장포커스'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관리체계의 구조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2024년말 기준 주요국 중 세계 5위 수준이다. 올 초 공개된 금융위의 2025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르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상성장률 전망치 3.8% 내에서 관리하게 돼 있다.
강 연구위원은 "현행 가계부채 관리방식은 연간 경상성장률 전망에 연동돼 운용되고 있으나, 최근 경제환경의 변화와 전망 불확실성의 증대로 인해 한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면서 "연초의 전망치에 근거한 관리목표 설정이 연간 전체로는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최근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초기 전망과 실제 성과 간의 괴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성장률 전망은 구성요소인 실질성장률과 GDP 디플레이터 각각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가계부채 관리 기조 또한 자주 바뀌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약화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도 저하된다는 설명이다.
강 연구위원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기 둔화기에는 신용공급을 과도하게 억제하고, 호황기에는 레버리지 확대를 용인하는 등 경기순응적(pro-cyclical) 정책 운용으로 인해 경기 변동성을 오히려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이라며 "장기적으로 금융안정을 저해하고, 이후 경기 사이클에서 더 큰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에 따라 중기적 시계에서 추세 경상성장률을 기준으로 한 관리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그는 "중기적 관점에서의 가계부채 관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과 많은 유사점을 갖는다"면서 "가계부채 관리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중장기적 금융안정성과 경제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목표로 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추세 경상성장률보다 소폭 낮은 수준, 예를 들어 추세성장률의 80~90% 수준으로 3년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추세 경상성장률은 통계적 기법을 통해 일시적 충격, 계절적 요인 등을 제거해 산출되며, 경제의 기조적 성장 능력을 반영한다.
이와 함께 강 연구위원은 현재의 거시적 총량규제와 개별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미시적 DSR 규제만으로는 가계부채를 안정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추가적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소득양극화 심화로 인해 DSR 규제는 대출 접근성의 양극화를 초래, 수도권 일부 지역과 전국 기타 지역 간 부동산 가격 차별화를 심화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소득 상위 10%는 전체 부동산 담보대출의 2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의 최대한도를 제한하는 내용의 6·27 대책과 관련해서는 "고액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긴급 조치라는 점에서 일정한 의의가 있으나, 대출 금액을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수량 규제 방식인 만큼,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는 부작용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강 연구위원은 "보다 체계적으로 과잉 차입에 따른 외부효과를 내부화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매매 또는 전세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 금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부담금이 차등적으로 증가하는 누진적 거시건전성 부담금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제도는 대출 금액에 비례해 부과되는 가격 기반 규제 방식으로, 실수요자의 접근성을 보호하여 시장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수의 소액 대출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전체 대출총량 증가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고액 대출자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부과함으로써 규제 대상을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다"며 "사회적 형평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총량 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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