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무풍지대로 주목받아 온 'ABC'(AI·바이오·화장품) 테마가 다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서한이 날아든 날 ABC 테마의 대표 주식들이 일제히 몸값을 높이면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에 상호관세율 명시 서한을 보내기 전날 증권가에선 50여개의 목표가 상향 리포트가 쏟아졌다. 이 중 30%가량이 ABC 테마주를 다룬 보고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테마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 바이오 부문에선 한미약품 , 알테오젠 , 화장품 섹터에선 에이피알 , 코스맥스 등의 목표주가가 상향됐다.
ABC 테마는 미국발 상호관세 리스크가 불거진 지난 4월부터 관세 부과 시 반사이익을 누릴 수혜업종으로 주목받아왔다. 제품의 특성상 관세를 매기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거나, 가격 경쟁력이 충분해 관세에 내성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K뷰티 산업 호황에 중심에 선 에이피알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09% 넘게 치솟은 상태다.
이들 기업은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란 산업 특수성 외에도 정책 수혜 기대감, 해외 실적 개선 등 개별 모멘텀도 갖추고 있다. 네이버와 함께 AI 대표주자로 떠오른 카카오의 경우 이재명 정부의 AI 산업 육성 지원책에 따라 광고·커머스·페이 사업에서 성장이 기대된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도입된다면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증권·뱅크 등 계열사와 함께 발행부터 플랫폼, 결제, 보관, 유통에 이르는 전 영역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5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상향했다.
바이오 대표주자 중 하나인 한미약품의 경우 국내 첫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용화를 준비하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순항 중인 이 의약품은 오는 9월까지 임상 3상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실적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는 감이 있지만 연구개발(R&D) 순항과 함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재 주가 수준은 매력적"이라며 목표주가를 33만원에서 36만원으로 올렸다.
단순히 화장품을 넘어 K뷰티 대표주자로 나아가고 있는 에이피알은 지난 2분기 연결 매출 3000억원(전년 동기 대비 +93%), 영업이익 657억원(+135%)으로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매출이 842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하며, 미국 내 한국 브랜드 중 매출 1위 타이틀을 유지할 전망이다. 현지에서 특별한 쇼핑 이벤트가 없었고, 관세 리스크까지 상존했음에도 기록적인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K뷰티에 대한 수요층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쟁 브랜드 대비 확연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 중"이라며 에이피알의 목표주가를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