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사이 소문 파다한데…" 초등생들 성추행한 기간제 교사, 학교는 방관

"추가피해 알렸지만 학교측 늑장대응" 분통
학교 측 "미흡한 점 인정" 사죄

강원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간제 교사가 수사를 받는 가운데 학교 측의 미흡한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사건 발생 이후 추가 피해자가 확인됐지만 학교 측이 방관했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8일 연합뉴스는 "지난해 10월24일부터 올해 1월9일까지 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육아휴직자 대체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A씨는 학생 B양을 상대로 10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로 지난달 검찰에 넘겨졌다"고 보도했다.

B양 부모 측은 A씨가 기간제 근무 계약이 끝난 지난 2~3월 B양에게 "보고 싶으면 말해달라", "잠깐 볼래?", "심심하면 카톡 해" 등 사적인 연락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양 부모는 지난 3월 A씨가 B양을 실제로 만나려고 시도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B양 부모는 이튿날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렸고, 학교 측은 당일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이후 B양은 부모에게 또 다른 학생 역시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 5월 말 B양의 부모는 재차 학교에 찾아가 다른 학부모와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근거로 피해 학생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학교 측은 지난 3월 5~10일 학생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추가 피해 학생이 나오지 않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근거가 없다며 B양 부모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B양 부모가 이달 4일 또다시 학교 측에 연락을 하고 관련 내용이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져 학부모 전화가 빗발치자 뒤늦게 전날 학생들을 상대로 2차 무기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A씨가 학교에 근무한 두 달여간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과 피해를 목격했다는 학생 등 13명의 추가 폭로가 나왔다.

B양의 어머니는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변태 선생님으로 소문날 정도였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피해 학생의 부모가 다른 학생들 역시 피해를 본 것 같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분노했다.

B양의 어머니는 최근 이 같은 사실을 강원도교육청에도 알렸으나 교육청에서는 "기간제 교사는 학교장이 고용하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계약 해지 외에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초등학교 교장은 전날 학부모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절대 신고를 기피하거나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좀 더 자세히 살피고 조사해야 했는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이어 "경찰에서 피해자가 특정돼야 추가 조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해 8일 실명 조사를 다시 실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성희롱 예방교육과 상담을 실시하고 심리치료가 필요한 학생이 있을 경우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원경찰청은 조만간 학교 측으로부터 설문 등 자료를 넘겨받아 A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