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포커스]외부서도 태블릿으로 "과거 정책과 비교해줘"…한은, 연말 'AI 원년' 맞는다

이달 사업비 137억 '망 분리 개선 시범 사업' 발주
11월께 시범 적용 시작…PC 하나로 업무·공간 제약 사라져
연말 '한은형 AI' 도입…단순·반복업무 시간 줄여 '업무 고도화'

한국은행이 연말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원년'을 맞는다. 한은 업무에 특화한 생성형 AI를 활용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 방대한 자료를 다루는 업무를 하는 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업무 범위를 확장한다. 업무 공간의 제약도 없앤다. 보안을 위해 내부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안 영역을 촘촘히 나눠 검증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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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번 달 이를 위한 '망 분리 개선 시범 이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사업비는 137억원이다.

한은은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내부 정보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2016년부터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사용했다. 이 같은 망 분리 환경에선 PC도 직원당 기본 2대를 이용했다. 그러나 이번 망 개선 이후엔 노트북 하나로 ·외부망을 동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위치 제약 없이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망 개선 시범 사업은 7월 말에서 8월 초 사업자 선정 후 이르면 11월, 늦어도 연내 시작될 예정이다. 본 사업은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회계 등을 다뤄 폐쇄형으로 남을 코어 금융망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상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며 "직원 200여명이 먼저 이르면 11월 시작할 이번 망 개선 시범 사업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 개선 이후 추가 보안 방식으로는 '제로 트러스트'를 적용한다. 말 그대로 사용자, 기기, 네트워크 접근 요청 등 모든 것을 신뢰하지 않고 침입을 전제로 계속해서 검증하는 보안 원칙이다. 보안 영역을 등급에 따라 촘촘히 나누고, 사용자에게 최소한의 권한만 부여한다. 사용자 행위와 이상 징후 역시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한은은 앞서 망 개선을 위한 제로트러스트 기반 환경에 대한 컨설팅을 완료하고 이를 참고해 실제 적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연말 금융·경제에 특화한 한은형 AI도 도입된다. 플랫폼 구축은 네이버클라우드가 맡았다.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 기반으로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간 보안이 보장돼야 하는 한은 업무 특성상 '챗GPT' 등 시중의 생성형 AI는 사용하지 못했다. 한은형 AI는 한은 데이터센터 내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설치, 폐쇄된 네트워크 내에서 생성형 AI를 학습시켜 외부 유출을 원천 차단한다.


한은형 AI는 늦어도 연말 오픈한다. 경제 현안에 대한 조사, 분석 등에 두루 활용될 예정으로, 현재 지난 20여년간 한은이 생산한 정책 분석 자료 등을 디지털화해 습득하고 있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찾거나 보안 자료를 번역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을 줄여, 창의력을 요구하는 고도화한 업무에 집중할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도화한 업무를 응용하는 데도 활용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예를 들어 VAR은 축구에선 비디오 판독이지만 한은에선 경제 모형의 하나로 자주 언급된다. 업무 영역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가 다른데, 이 역시 정교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한은의 AI 원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한은 창립기념식에서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고성능 연산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일반 컴퓨터나 내부 서버로는 한계가 있다. AI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수적"이라며 "한은의 자체 AI 도입 사업과 망 개선 파일럿 사업이 공공부문의 AI 활용을 가속화하고 직원이 보다 창의적 인재로 거듭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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